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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ul 13. 2024

상처 입어 사람의 냄새가 난다

정호승 :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정호승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너와 함께 걸었던 들길을 걸으면

들길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보면

상처 많은 풀잎들이 손을 흔든다

상처 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


* 정호승의 시집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에 실린 시


Even on a grass leaf is a scar


Even on a grass leaf is a scar,

And even on a petal.

When I walk on the field path we once walked together,

And see the evening glow, sitting on the path,

Grass leaves with so many scars wave at me.

Scarred petals are 

Most fragrant. 

(Translated by Choi)  


From poet Chung’s collection ‘Sorry that I love you’ 


누구에게나 상처는 있다. 몸에도 마음에도 언젠가 모르게 긁히고 베인 상처가 있다. 상처가 아프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럼에도 애써 감추고, 숨기고 그렇게 산다. 상처가 아파서가 아니고, 보이면 더 아플까 봐서다. 하지만 상처 없는 인생이 인생인가? 살아있으니 상처도 입고, 고통도 느끼고, 생살 돋는 즐거움도 느끼며 사는 것이 아닌가. 상처 입은 풀잎의 냄새, 꽃잎의 향기처럼, 당신도 상처 입어 사람의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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