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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ul 11. 2024

그저 가끔 꺼내보는 고향

정지용 : 고향

고향

      정지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 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 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Home

   Ji-young Chung


I returned home, my old home.

But that’s not home I missed.


A pheasant sits on eggs

And a cuckoo, in its season, is calling,


But my mind, not coming home,

Floats around a far-way harbor like a cloud.


Going up to the top of the mountain,

I saw a white-spotted flower softly smile at me.


But a reed in childhood is heard no more,

My dried lips get bitter and bitter.


I returned home, my old home,

But only the sky I missed is high and blue.  

(Translated by Choi)


누구나 마음에 품은 고향이 있습니다. 왜 지난 시절의 그곳은 아득한 기억 속에서도 아련함을 주는 것일까요. 행복한 추억에 미소가 지어지다가도 왠지 모를 슬픔에 눈가가 젖어듭니다. 아 내 고향! 그곳이 어디든 무슨 상관입니까? 내 마음속에 그렇듯 신비롭게 채색된 그곳, 그 시절, 그 사람이 고향입니다. 그립고, 보고 싶고, 가고 싶은 저 내밀(內密)한 세상. 하지만 결코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돌아서 눈물짓지도 않을 겁니다. 그저 저 깊은 곳에 담아두고 가끔 꺼내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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