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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니즘, 예술의 혁명

의식의 흐름과 현현(epiphany)

by 최용훈

모더니즘은 예술 이론이 아니라 20세기 초반의 전반적인 예술적인 경향을 가리키는 말이다. 19세기 말 오스트리아 빈에서 시작된 모더니즘의 경향은 이후 프랑스, 독일, 이태리, 영국 등지로 전파된다. 이 예술 운동은 과거의 모든 예술적 방식을 파괴한 하나의 예술 혁명이었다. 입체파, 다다이즘, 미래파, 초현실주의 등 다양한 예술적 실험들이 등장하였고, 기존의 예술 이론들은 거부되었다. 음악에서는 선율과 화성이 무시되었고, 미술에 있어 추상화는 사실적 표현과 원근법을 부정하였다. 건축에 있어서는 기하학적 형태를 지닌 건물들이 나타나고, 판유리나 콘크리트와 같은 새로운 자재가 사용되었다. 문학도 마찬가지이다. 순차적 구성, 전지(全知)한 화자, ‘닫힌 결말’ 등 사실주의적 요소들은 파괴되었고, 다양한 실험들이 실시되었다.

모더니즘은 1910년에서 1930년에 이르는 기간 중에 절정을 이루었고, 유럽 전역에서 모더니즘의 경향을 따르는 작가들이 대두하였다. 영국의 T. S. 엘리오트(T.S. Eliot),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 윈덤 루이스(Wyndham Lewis),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미국의 에즈라 파운드(Ezra Pound), 월리스 스티븐스(Wallace Stevens), 거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 프랑스의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말라르메(Mallarme), 앙드레 지드(Andre Gide), 체코 출신의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 등이 대표적인 모더니즘 시대의 작가들이었다.

모더니즘은 세기말의 분위기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었다. 유미주의의 영향으로 예술은 난해성으로 인해 대중과 괴리되고 결국 예술가들의 고립을 초래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더니즘은 실험적이고 혁명적인 발상으로 20세기 초 현대 예술의 흐름을 주도하였고, 전위 예술(avant guard)을 선도하였다. 또한 이 시기는 세기말적 퇴폐와 퇴행의 분위기에 1차 세계대전 이후의 절망감까지 더해져 환멸의 시대로 불리었으며 허무주의와 회의주의가 팽배하였고, 이러한 분위기가 새로운 예술적 실험과 경향에 영향을 끼치고 있었던 것이다.


모더니즘은 문학적 전통을 거부한다. 사실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객관적 실재를 재현하는 대신에 내적, 무의식적 세계를 강조한다. 또한 형식의 혁신을 추구하여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를 뒤섞음으로써 순차적 구성을 파괴한다. 이는 ‘의식의 흐름’이라는 기법과 연계되어 있다. 외부의 자극에 반응해 마음속에 일어나는 연상들을 포착해서 기술하는 ‘의식의 흐름’은 시간의 순차적 전개와는 다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모더니즘은 ‘내적 독백’(interior monologue)을 사용하는데 이는 작가의 개입 없이 등장인물의 기억, 연상, 독백들을 독자들에게 직접 전달하는 기법이다. 모든 것을 알고 작품을 구성해 나가는 화자가 없기 때문에 인물의 내면이 그대로 독자들과 마주치게 되는 것이다. 시간은 직선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라는 전통적 개념은 원형적 시간의 흐름이라는 개념으로 변화되었다. 서양 사람들의 시간에 대한 인식은 기독교의 성서와 깊은 연관이 있다. 즉 성경은 창세기에서 시작하여 최후의 심판으로 끝난다. 시작이 있고 끝이 있는 직선적 흐름이다. 반면 동양의 시간적 개념은 원형적이다. 불교의 윤회와 같이 시작과 끝이 따로 없고 시작은 결국 제 자리로 돌아온다. 따라서 모더니즘의 시간 개념은 다분히 동양의 사상을 공유한다. 그렇게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원형적으로 구성된 세상에서 등장인물은 자신의 내면에 흐르는 의식을 독백처럼 내뱉는다. 그리고 한 순간 자기 자신, 삶 그리고 현상계를 초월하는 세계에 대한 궁극적 진리를 인식하는 순간을 맞이하는데 이를 현현(顯現, epiphany)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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