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의 초상 : 루이스 언터마이어
Portrait of a Machine
Louis Untermeyer (1885~1977)
What nudity is beautiful as this
Obedient monster purring at its toil;
These naked iron muscles dripping oil
And the sure-fingered rods that never miss.
This long and shining flank of metal is
Magic that greasy labor cannot spoil;
While this vast engine that could rend the soil
Conceals its fury with a gentle hiss.
It does not vent its loathing, does not turn
Upon its makers with destroying hate.
It bears a deeper malice; lives to earn
Its master's bread and laughs to see this great
Lord of the earth, who rules but cannot learn,
Become the slave of what his slaves create.
기계의 초상
루이스 언터마이어
어떤 벌거숭이가 가르랑거리며 일하는
이 순종적인 괴물만큼 아름다울 수 있을까.
뚝뚝 기름을 떨구는 벌거벗은 강철의 근육들,
절대 놓치는 법이 없는 확실한 막대 손가락.
금속으로 된 길고 빛나는 옆구리는
기름때 묻은 일꾼이 범할 수 없는 마법과도 같다.
땅조차 뒤집어놓을 수 있는 이 거대한 엔진은
부드러운 쇳소리를 내며 자신의 분노를 감추고,
어떤 혐오감도 보이지 않으며, 자신의 창조자들에게
거친 증오심도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적의(敵意)를 품은 채, 제 주인의 빵을 벌기 위해 산다.
이 지상의 위대한 주인, 지배는 하되 깨닫지 못하고,
자신의 노예가 만든 것의 노예가 되는 그를 보며 웃는다.
미국의 계관시인(1961~1962) 루이스 언터마이어의 이 시는 땅을 파는 포클레인을 의인화하여 문명 비판적인 주제를 담아내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삶과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를 형성해 왔던 ‘기계’라는 존재는 현대의 과학기술이 이루어놓은 인간의 창조물이다. 인간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사물, 그리하여 인간을 위해 봉사하는 이 거대한 쇳덩어리는 고된 노역 속에서도 결코 제 주인을 향해 원망이나 증오를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그 단단한 강철의 표면 아래에는 달콤한 과학의 환상에 빠져 제 스스로 기계의 노에가 되어가고 있는 인간 군상에 대한 통렬한 비웃음과 경멸이 자리한다. 과학기술 만능주의에 빠진 현대에 대한 자조적인 경고이다. 오늘날은 포클레인을 AI가 대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