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손자가 유튜브 쇼츠를 보다가 내게 묻는다. “할아버지, 월 200만 원에 백수가 좋아요, 아니면 월 500만 원에 직장인이 좋아요?” 난 얘가 갑자기 웬 소린가 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월급 받는 직장인이 낫지 않을까? 하루 종일 백수 노릇하는 게 쉽지 않아.” 어린 손자의 표정이 궁금해 힐끗 보니 그저 빙긋이 웃기만 한다. 순간 가슴이 철렁한다. “이 녀석이 내가 백수인 걸 아나?”
그날 밤 잠들기 전에 그 웃기는 질문이 다시 떠오른다. ‘백수가 더 나은 거 아냐? 그냥 놀면서 200이라도 받으면 일터에서 이리저리 눈치 보며 부대끼는 것보다 백 번 낫지 않을까. 아니야, 그 돈 가지고는 백수 짓하기 어려울걸. 친구도 만나고 혼자 카페에도 가고 이것저것 하려면 돈이 더 필요하지. 움직이지 못해 집에만 있는 노인이 되면 모를까 기운이 펄펄 남아도는데 어찌 빈둥거리기만 하나. 직장엘 나가면 일단 근무 시간 중에는 돈 쓸 일 없고, 퇴근하고 나서야 전철 타고 집에 오는 게 단데 차라리 월급 받아 잘 모아두었다가 나중에 시간 나면 신나게 쓰지 뭐. 그래 그게 낫겠어.’
‘물론 가족도 없고 달리 돈 들어갈 데도 없는 걸 전제로 해야겠지. 그래 아무래도 직장엘 나가는 게 좋겠어. 혼자 있는 건 아무래도 너무 심심할 거 같아. 동료도 있고 상사도 있으니까 적당히 일하면서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게 더 에너지도 생기고 약간의 긴장감도 즐기고 말이야. 근데 난 혼자서도 잘 노는데. 신경 쓸 일 없고 네플릭스나 보면서 시간을 보내면 되잖아. 미국 드라마가 얼마나 재미있는데.'
평생 직장생활을 안 해본 사람처럼 그저 막연하게 생각을 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