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나

by 최용훈

헤드라이트가 흐려진다

계기판의 속도계 불빛이 희미하다

배터리가 죽어가는 모양이다

바퀴가 멈추면서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

라이닝인가 드럼인가

하나가 모자라면 연이어 다른 것들이 아우성이다

내가 요즘 그 꼴이다

눈은 자꾸 흐려지고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조금만 힘을 써도 입에서

묘한 소리가 새어 나온다

동네 배터리 가게에 가서 점검을 받아야 하나

자동차만 남겨놓고 돌아서는 나는

집까지 가는 짧은 길이 벌써 힘들다

나도 남겨두었어야 하나

하다못해 엔진오일이라도 교체해야 했는데

쇼바가 고장 난 몸을 털면서 불안하게 내가 달린다

얼마 가지 않아 집 근처 나무그늘 앞에 멈춰 서

긴 한숨을 내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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