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가도

by 최용훈

거짓이 이기는 세월


거짓의 뿌리는 땅 속에서 말라가지만

줄기와 잎과 꽃은 여전히 싱싱하다

하얗게 물기를 잃은 뿌리 땅 위로 오르면

비웃듯 꽃잎 하나 그 위에 떨어진다


거짓의 마음은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지만

그 얼굴과 소리와 빛깔은 여전히 찬란하다

검게 물든 마음이 진물처럼 온몸에 번지면

일그러진 얼굴을 진한 화장으로 가린다


거짓의 몸짓은 허공에 헛되이 흩어지지만

그 위선의 손짓과 허위의 간능은 현란하다

서툰 몸부림이 결국 뱀처럼 허물을 벗으면

어지러운 바람에 날려도 춤추듯 날아오른다


거짓이 이기는 세상 제아무리 어지러워도

진실은 여전히 어둠 속에 웅크리니

세월이여, 얼마나 흘러야 거짓 한 번 이겨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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