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의 분별
마른 흙더미 위로 개미 한 마리가 지나간다
개미의 표식은 무한대(∞),
무한의 욕망과 절치부심으로 개미는
제 몸의 몇 배나 되는 빵 부스러기를 옮긴다
영원처럼 먼 길, 그의 대장정은 끝이 없다
그리고 어느 순간 가파른 비탈을 만나 걸음을 멈춘다
개미는 짐짓 분절된 온몸을 비틀며 번민한다
결국 물고있던 것을 내려놓고 패인 흙길의 반대편으로 옮겨가
다시 빵조각을 물어 비탈 위로 끌어올린다
느린 그림처럼 이어지는 그의 몸짓 또한 무한이다
열 걸음도 안 되는 긴 여정이 끝나갈 무렵
개미는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을 느낀다
제 몸 하나 겨우 집어넣을 개미구멍에
빵조각은 너무나 컸다
아쉬움과 간절함으로 한참을 서성이던 개미는
문 앞에서 긴 겨울을 위한 먹이를 포기한다
말없이 구멍으로 들어가는
그의 끊어진 뒷모습은 통곡이었고 절규였다
아. 물고 있던 그것을 쪼갤 수만 있었다면
나눌 수만 있었다면
그럴 수 있는 분별만 있었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