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영국의 시인들(2)

모더니즘 시의 선구자 T. S. 엘리엇 : 히스테리아

by 최용훈

T.S. 엘리엇은 20세기 가장 대표적인 모더니즘 시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19세기 낭만주의나 빅토리아 시대의 시적 전통에서 벗어나 단절되고, 상징적이며 때론 모호한 문체를 구사하였다. 그의 시는 환멸, 소외, 혼란, 존재의 의미 등의 주제를 탐색하고 있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인 ‘황무지’(The Waste land, 1922)는 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사회의 황폐함을 적나라한 묘사하였고, ‘네 개의 사중주’(Four Quartets)는 시간과 정신, 인간의 상황 등을 깊이 있게 그려내고 있다.


엘리엇의 모더니즘적 접근은 의식의 흐름, 상호텍스트성(intertextuality)*과 같은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영시의 모습을 크게 변화시켰다. 그는 W. H. 오든(W. H. Auden), 에즈라 파운드(Ezra Pound), 월리스 스티븐슨(Wallace Stevenson)동시대 시인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 어떤 텍스트의 의미가 다른 텍스트들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고, 독자의 해석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으로, 텍스트들이 서로 연결되어 짜깁기, 패러디, 인용 등으로 얽혀 있는 것을 의미한다. 즉, 모든 텍스트는 다른 텍스트에 대한 반응이며, 독립적이지 않은 기존의 문화, 지식의 총체라는 개념.


다음에 엘리엇의 산문시 중 하나인 ‘히스테리아’를 소개한다.


히스테리아


그녀가 웃자 나는 그녀의 웃음에 함몰되어 그 일부가 되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의 치아는 잘 정돈되었으나 우연히 뿌려진 별들에 불과한 것이었다. 나는 잠시 숨을 들이마시곤 하는 그녀의 짧은 헐떡임에 빨려 들었고, 마침내 어두운 동굴 같은 그녀의 목구멍 안에서 길을 잃고, 보이지 않는 근육의 떨림에 멍이 들었다. 늙은 웨이터가 떨리는 손으로 녹슨 녹색 철제 테이블 위에 황급히 핑크와 흰색 체크무늬 식탁보를 펼치면서 말했다 ㅡ "신사 숙녀분께서 정원에서 차를 들기 원하시면..."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그녀의 젖가슴이 떨림을 멈출 수 있다면, 이 오후의 조각들이 맞춰질 수 있으리라고. 그리고 나는 세심하고 섬세하게 이 상황을 끝내는데 주의를 집중했다.


Hysteria


As she laughed I was aware of becoming involved in her laughter and being part of it, until her teeth were only accidental stars with a talent for squad-drill. I was drawn in by short gasps, inhaled at each momentary recovery, lost finally in the dark caverns of her throat, bruised by the ripple of unseen muscles. An elderly waiter with trembling hands was hurriedly spreading a pink and white checked cloth over the rusty green iron table, saying: 'If the lady and gentleman wish to take their tea in the garden, if the lady and gentleman wish to take their tea in the garden...' I decided that if the shaking of her breasts could be stopped, some of the fragments of the afternoon might be collected, and I concentrated my attention with careful subtlety to this end.


T. S. 엘리엇은 미국에서 태어나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였다. 그러나 그의 기질은 자유분방한 미국적 분위기보다는 전통을 중시하는 영국적 보수성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그가 늘 양복 속에 조끼를 입고 파이프를 물고 있는 모습 속에서도 그러한 그의 성격이 드러난다. 결국 그는 영국으로 이주하고 영국 국적을 취득하기에 이른다. 기록에 따르면 엘리엇의 아내는 히스테리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고 한다. 이 시는 한 레스토랑에서 미친 듯이 웃어대는 아내의 신경증적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그녀의 헐떡이는 웃음소리와 치아와 목구멍에 몰입되어 자신조차 히스테리에 빠질 것 같은 순간, 웨이터의 등장으로 현실로 돌아온 그가 그날 저녁의 상황을 끝내길 바라는 그의 간절한 마음을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그려내고 있다.


* T. S. 엘리엇의 대표 시 :


‘황무지’(The Waste Land, 1922), ‘J. 알프레드 프루프록의 사랑 노래’(The Love Song of J. Alfred Prufrock, 1915), ‘텅 빈 사람들’(The Hollow Men, 1925). ‘네 개의 사중주’(Four Quartets,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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