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H. 오든 : 슬픈 장례식
W. H. 오든(1907~1973)
오든(W. H. Auden)은 20세기 가장 중요한 시인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의 시들은 정치, 사회, 사랑, 개인의 정체성 등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었다. 오든은 심오한 도덕적 사회적 관심사 외에도 각운과 미터의 기술적인 사용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시를 통해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오든의 능력은 그를 문학계의 중심적인 인물로 만들었다. 그는 실비아 플래스(Sylvia Plath), 셰이머스 히니(Seamus Heaney) 등의 시인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그의 시적 유산은 현대의 문학에도 여전히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다음은 그의 시 ‘슬픈 장례식’(Funeral Blues, 1936)이다. 영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 중 하나인 이 시는 1994년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라는 영화 속에 사용됨으로써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된다. 첫 라인의 ‘모든 시계를 멈춰 세우라’라는 시구는 이제 지극히 대중적인 표현이 되었다.
슬픈 장례식
모든 시계를 멈춰 세우라. 전화선을 끊고,
육즙이 흐르는 뼈다귀 하나로 개도 짖지 못하게 하라.
피아노 소리를 죽이고, 북소리를 낮추고,
관을 꺼내어 조문객들을 부르라.
머리 위로 비행기가 신음하며 선회하고
하늘 위에 그는 죽었다는 메시지를 쓰게 하라.
주인 없는 비둘기들의 흰 목에 리본을 달고
교통경찰로 하여금 검은 장갑을 끼게 하라.
그는 나의 북쪽, 나의 남쪽, 나의 동쪽과 서쪽,
나의 평일, 나의 일요일의 휴식.
나의 정오, 나의 한밤중, 나의 이야기, 나의 노래;
나는 사랑은 영원하리라 생각했다: 내가 틀렸다.
이제 별들은 필요 없다: 모든 별을 치워라;
달을 없애고, 해를 부숴라;
바닷물을 퍼내고, 숲을 쓸어버려라;
이제 어느 것도 소용 없을 테니.
Funeral Blues
W.H. Auden
Stop all the clocks, cut off the telephone,
Prevent the dog from barking with a juicy bone,
Silence the pianos and with muffled drum
Bring out the coffin, let the mourners come.
Let aeroplanes circle moaning overhead
Scribbling on the sky the message He Is Dead,
Put crepe bows round the white necks of the public doves,
Let the traffic policemen wear black gloves.
He was my North, my South, my East and West,
My working week and my Sunday rest,
My noon, my midnight, my talk, my song;
I thought that love would last forever: I was wrong.
The stars are not wanted now: put out every one;
Pack up the moon and dismantle the sun;
Pour away the ocean and sweep up the wood;
For nothing now can ever come to good.
죽음은 모든 것의 끝이다. 그런 죽음을 기리는 장례식은 어둡고 우울하고 슬플지 않을 수 없다. 죽음 앞에서는 어떠한 소리도 모습도 의미 없는 것이 될 뿐이다. 죽음은 깊은 침묵과 어둠의 세계일 뿐이니까. 주변 모든 것이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고 눈물을 흘릴지 모르지만 그것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한 때 나의 모든 것이었던 사람, 내 모든 사랑을 바친 사람, 바로 그가 이젠 영원히 내곁에서 사라져 그의 목소리도 미소도 체온도 느낄 수 없는 것, 그것이 죽음 아니던가. 결국 죽음은 사랑의 끝인가? 영원한 사랑도 죽음 앞에선 그저 헛된 바람일 뿐인가. 하늘의 별도, 달도 태양마저도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오든의 ‘슬픈 장례식’은 떠난 이들을 붙들고 사는 살아남은 자에 대한 냉소이고 삶에 대한 허무한 결론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