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영국의 시인들(4)

딜런 토머스 : 저 좋은 밤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마세요

by 최용훈

웨일스 출신의 딜런 토머스(Dylan Thomas)는 서정적인 문체와 선명한 이미지의 시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의 시는 죽음, 시간, 인간의 정신 등을 강렬하게 그려낸다. 전통 시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20세기 중반을 규정하는 모더니즘의 실험성을 드러내는 그는 독특한 시적 표현과 대담한 시어로 당대의 시인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쳤다. 한편 감성적이고 음악적인 그의 문체는 현대시에도 강한 영감을 주고 있다.


딜런 토머스는 시 외에도 희곡과 단편, 시나리오와 라디오 방송대본 등을 집필하여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지나친 음주와 기행으로 비난을 받기도 하였다. 그의 시 또한 그의 삶만큼이나 논쟁거리였으며 과도한 언어적 표현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2009년 BBC 방송이 실시한 조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국시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선정되었고, 그의 시구들은 대중 및 주류 문화에서 반복적으로 인용되고 있다.


저 좋은 밤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마세요

딜런 토머스(1914~1953)


저 좋은 밤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마세요.

노인들은 저무는 날에 불타올라 소리쳐야 해요.

꺼져가는 빛에 분노하고, 분노하세요.


현명한 사람들도 마지막 순간 어둠이 당연함을 알게 되지만,

자신들의 말들이 번개처럼 빛나본 적이 없기에

저 좋은 밤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않아요.


착한 사람들도 마지막 파도가 오면, 나약했던 자신들의 행위가

저 푸른 바다에서 얼마나 더욱 빛나게 춤추었을지 서러워하며

꺼져가는 빛에 맞서 분노하고, 분노해요.


달아나는 태양을 붙잡아 노래했던 격정적인 사람들도

자신들이 지는 태양만 슬퍼했음을 뒤늦게 깨닫고

저 좋은 밤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않아요.


죽음을 앞둔 위독한 사람들도 흐려지는 시야마저

유성처럼 화려하게 타오를 수 있기에

꺼져가는 빛에 맞서 분노하고, 분노해요.


그리고 나의 아버지, 당신도 그 슬픈 고지에서

모진 눈물로 저를 꾸짖고 또 축복해 주시기를.

저 좋은 밤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마세요.

꺼져가는 빛에 맞서 분노하고, 분노하세요.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Dylan Thomas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Old age should burn and rave at close of d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Though wise men at their end know dark is right,

Because their words had forked no lightning they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Good men, the last wave by, crying how bright

Their frail deeds might have danced in a green b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Wild men who caught and sang the sun in flight,

And learn, too late, they grieved it on its way,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Grave men, near death, who see with blinding sight

Blind eyes could blaze like meteors and be g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And you, my father, there on the sad height,

Curse, bless, me now with your fierce tears, I pray.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딜런 토머스의 이 시는 정해진 제목이 없어 보통 첫 줄을 제목으로 사용하고 있다. 1951년 한 문예지에 발표되었지만 토머스가 이 시를 쓴 것은 1947년 가족과 함께 이태리 피렌체를 방문했을 때로 알려져 있다. 그곳에는 나이 든 그의 아버지도 함께 있었을 것이다. 그는 노년에 접어든 그의 아버지를 향해 꺾여가는 인생에 순응하지 말고 그에 분노하고 소리치라고 말한다. 쉽사리 어둠의 세계, 침묵의 세계, 종말의 세계로 들어서지 말라고 간청한다. 현명한 사람들, 좋은 사람들, 열정에 넘치는 사람들, 죽어가는 사람들 모두 마지막 순간까지 놓지않는 생의 의지를 상기시키며, 시인은 그렇듯 죽음에 대해 저항하라고 말한다. 그것은 포기할 수 없는 삶에 대한 강한 집착이었고, 죽음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절규이기도하였다. 오늘날 이 시는 영어로 쓴 가장 호소력 짙은 시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 딜런 토머스의 대표 시 : ‘저 좋은 밤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마세요’(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1951), ‘펀 힐’ (Fern Hill, 1945), ‘밀크 우드 아래에서’(Under Milk Wood,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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