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영국의 시인들(5)

테드 휴즈 : 까마귀의 첫 번째 수업

by 최용훈

테드 휴즈(Ted Hughes, 1930~1998)는 자연의 세계, 신화, 인간의 심리 등을 다루는 다소 어둡고 원초적인 시로 유명하다. 그의 시들은 인간성과 삶의 원시적인 힘, 죽음 그리고 자연 등을 탐색하고, 생생한 이미지와 순수한 감정의 힘을 표출하고 있다. 휴즈는 신화와 자연과 인간존재의 어두운 측면에 관심을 갖는 많은 시인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아울러 현대시, 특히 자연과 동물의 세계와 관련된 시에 큰 영감을 주어왔다.


휴즈는 신화적인 틀 속에서 서정적이고 극적인 독백을 구사해 시의 주제들을 강렬하게 드러낸다.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신성(神性), 은유, 인격과 우상의 의미들을 내포한다. 그의 시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까마귀’로 그것은 신과 새와 인간의 혼합물이며, 그것을 통해 선과 악의 식별 등 신화적 주제와 실존적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휴즈는 권위 있는 다수의 문학상들을 수상했으며 1984년 영국의 계관시인으로 선정되어 1998년 사망할 때까지 그 지위를 유지하였다. 다음은 그의 시집 ‘까마귀: 까마귀의 삶과 노래’(Crow, Life and Songs of the Crow)에 나오는 첫 번째 시이다.



까마귀의 첫 번째 수업


신은 까마귀에게 말하는 법을 가르치려 했다.

“사랑” 신이 말했다. “해봐, 사랑.”

까마귀가 입을 벌리자, 흰 상어가 놀라 바닷속으로 뛰어들고는

끊임없이 굴러 떨어져 마침내 바닥에 닿았다.


“아니야, 아니야.” 신이 말했다. “사랑이라고 말해, 다시 해봐, 사랑.”

까마귀가 입을 열자, 쇠파리와 체체파리와 모기가

윙 소리를 내며 나타나

잡다한 고기냄비 위에 내려앉았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신이 말했다. “자, 사랑.”

까마귀가 몸을 떨며 입을 열고 토해내자

인간의 몸 없는 거대한 머리가

잔뜩 부푼 채 땅 위에 올라와 눈알을 굴리며

불만을 털어냈다.


신이 말리기도 전에 까마귀가 다시 토해냈다.

그러자 여자의 자궁이 남자의 목에 떨어져 들러붙었다.

둘은 함께 풀밭 위에서 버둥거렸고

신은 그들을 떼어놓으려 애쓰며, 저주를 퍼붓고 눈물을 흘렸다.


까마귀는 꺼림칙한 마음으로 날아가 버렸다.


Crow’s First Lesson


God tried to teach Crow how to talk.

'Love, ' said God. 'Say, Love.'

Crow gaped, and the white shark crashed into the sea

And went rolling downwards, discovering its own depth.


'No, no,' said God. 'Say Love. Now try it. LOVE.'

Crow gaped, and a bluefly, a tsetse, a mosquito

Zoomed out and down

To their sundry flesh-pots.


'A final try,' said God. 'Now, LOVE.'

Crow convulsed, gaped, retched and

Man's bodiless prodigious head

Bulbed out onto the earth, with swivelling eyes,

Jabbering protest--


And Crow retched again, before God could stop him.

And woman's vulva dropped over man's neck and tightened.

The two struggled together on the grass.

God struggled to part them, cursed, wept--


Crow flew guiltily off.


세상의 창조를 다룬 이 시는 어둡고 불안하다. 신이 검은 까마귀에게 ‘사랑’을 가르치지 못했듯이, 인간의 창조 역시 신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세상의 더럽고 위험한 모든 것의 탄생은 남자와 여자의 창조로 이어졌고, 그로 인해 신은 저주하며 눈물을 흘렸다. 창조와 함께 타락과 쾌락과 죄의식을 배운 인간을 날아가버린 까마귀는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혹시 그 까마귀가 인간은 아닐까? 시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은 절망과 좌절 속에서 인간의 실존적 불안이 강하게 느껴진다.


* 테드 휴즈의 대표 시 : 빗속의 매(The Hawk in the Rain, 1957), 까마귀(Crow, 1970), 생일 편지(Birthday Letters, 1998)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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