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제 그만 돌아가세요

정호승 : 임진강에서

by 최용훈

임진강에서

정호승


아버지 이제 그만 돌아가세요

임진강 샛강가로 저를 찾지 마세요

찬 강바람이 아버지의 야윈 옷깃을 스치면

오히려 제 가슴이 춥고 서럽습니다


가난한 아버지의 작은 볏단 같았던

저는 결코 눈물 흘리지 않았으므로

아버지 이제 그만 발걸음을 돌리세요


삶이란 마침내 강물 같은 것이라고

강물 위에 부서지는 햇살 같은 것이라고

아버지도 저만치 강물이 되어

뒤돌아보지 말고 흘러가세요


이곳에도 그리움 때문에 꽃은 피고

기다리는 자의 새벽도 밝아옵니다

길 잃은 임진강의 왜가리들은

더 따뜻한 곳을 찾아 길을 떠나고


길을 기다리는 자의 새벽길 되어

어둠의 그림자로 햇살이 되어

저도 이제 어디론가 길 떠납니다


찬 겨울 밤하늘에 초승달 뜨고

초승달 비껴가며 흰기러기 떼 날면

그 어디쯤 제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오늘도 샛강가로 저를 찾으신

강가에 얼어붙은 검불 같은 아버지


By the River of Imjin

Chung, Ho-seung


Dad, please turn around and go now.

Don’t come to see me at the River of Imjin.

When the cold wind barely touches your collar,

My heart rather gets chilled and grieved.


The small rice-sheaf of yours, poor dad,

I never shed tears.

So, dad, please turn around and go now.


Life is a river,

A sunshine broken on the river.

Being a river, dad,

Please don’t look back and just flow by.


Flowers bloom here too in longing.

Dawn is breaking for those still waiting.

The lost herons by the River of Imjin

Fly off somewhere for a warmer place,


And, being the dawn of someone waiting for the way

And a sunshine made by the shadows of darkness,

I am going somewhere now, too.


When the new moon rises above the night sky of long winer

And white geese fly by the moon,

Think of me to be somewhere up.

Today, as usual, dad is looking for me

Like a straw frozen at the riverside.


북녘에 두고 온 아들을 찾아 늙은 아버지는 오늘도 임진강을 찾은 것일까? 아니면 먼저 보낸 아들의 넋이라도 부르고 싶은 것일까? 후회와 탄식으로 보냈던 그 숱한 날들의 그리움이 얼어붙은 검불이 되어 강가에서 떨고 있다. 남겨진 것일까, 떠난 것일까? 길을 잃고 헤매는 아들은 겨울의 찬바람이 아버지의 품을 파고들까 애를 태운다. ‘이제 제발 돌아서서 가세요.’ ‘저 강물처럼 돌아보지 말고 그저 흘러가세요.’ 이미 아래로 흐른 물이 어찌 거꾸로 흐를 수 있을까. 아들의 바람이 귓전을 스치는 울음처럼 애처로워 말 없이 흐르는 강물이 야속하다.


아들은 눈물 흘리지 않았다고 했다. 아버지가 심고 거두었던 볏단 같은 아들은 홀로 강가에 선 늙은 아버지의 외로움에 가슴이 무너진다. 이곳에도 그리움의 꽃은 피고, 기다리는 새벽은 오고, 새들은 여전히 날고 있으니 같은 하늘 아래 어찌 헤어짐이 있을까. ‘더 이상 헤매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 ‘초승달 뜨고 기러기 날면 그저 하늘 한 번 올려보세요.’ 아버지보다 더 외롭고 그리운 아들도 추운 겨울밤 아직도 그 강가를 떠나지 못한다. 발걸음 돌리는 아버지의 뒷모습이 아련해질 때까지 가슴에 통곡을 품고 바라보다 별이 되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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