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뒤에 두려운 것

윌리엄 셰익스피어 : 더 이상 두려워 마세요

by 최용훈

더 이상 두려워 마세요

윌리엄 셰익스피어


더 이상 두려워 마세요, 태양의 열기,

사나운 겨울의 분노를.

세상 일 다 마치고

그대 고향으로 돌아갔군요, 품삯을 챙겨.

황금처럼 빛나는 선남선녀들 모두,

굴뚝 청소부와 마찬가지로 언젠가는 먼지가 되겠지요.


더 이상 두려워 마세요, 왕의 찌푸린 얼굴을.

이제 폭군의 손길에서 벗어났으니

입고 먹는 것을 더 이상 걱정 마세요.

그대에게는 갈대나 참나무나 다 똑같을 테니.

왕도 학자도 의사도

모두 이처럼 먼지가 되겠지요.


더 이상 두려워 마세요, 번개의 섬광을,

공포의 벼락을.

모함도, 경솔한 비난도 두려워 마세요.

그대 이제 기쁨도 슬픔도 모두 끝냈군요.

젊은 연인들, 모든 연인들

그대를 따라 결국 먼지가 되겠지요.


어떤 주술사도 그대를 해치지 못해요!

어떤 마법에도 걸리지 않을거에요!

떠도는 유령도 그대를 피해 갈겁니다!

어떤 나쁜 일도 벌어지지 않을거에요!

모든 것이 조용히 마무리되고,

그대 무덤에 영광이 함께 하기를!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심벨린’(Cymbeline)에 등장하는 시. 첫 줄의 일부인 ‘더 이상 두려워 마세요’ (Fear No More)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다.


죽음 뒤에는 어찌 될까?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기에 죽음은 때로 공포가 된다. 모두가 죽음을 피할 수 없음을 모르지 않지만 그것을 떠올리는 것은 언제나 두려움과 불안이 따르기 마련이다. 살아서 보고, 듣고, 만지고, 그리워하던 모든 것과의 이별임을 알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의 이 시구는 죽음 뒤의 모습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두려울 것이 없는 세상---불볕더위, 혹독한 추위, 오만한 강자, 의식주, 모함과 비난, 기쁨과 슬픔, 천둥과 번개, 악마와 유령, 세상의 모든 불행까지도 더 이상 두렵지 않은 세상, 그래서 안식과 고요만이 남고, 부귀와 학식과 명예 모두 아무런 의미도 없는 그런 세상이 죽음 뒤의 세상이다.


하지만 죽은 뒤에 남게 되는 두려움은 다른 곳에 있다. 지난 날들에 대한 후회, 누군가의 마음에 입혔을 상처, 사랑하는 이들 속에 자리 잡을 나의 모습. 어쩌면 그것이 영혼의 영원한 두려움일지 모르겠다.


Fear no more the heat o' the sun;

Nor the furious winter's rages,

Thou thy worldly task hast done,

Home art gone, and ta'en thy wages;

Golden lads and girls all must,

As chimney sweepers come to dust.


Fear no more the frown of the great,

Thou art past the tyrant's stroke:

Care no more to clothe and eat;

To thee the reed is as the oak:

The sceptre, learning, physic, must

All follow this, and come to dust.


Fear no more the lightning-flash,

Nor the all-dread thunder-stone;

Fear not slander, censure rash;

Thou hast finished joy and moan;

All lovers young, all lovers must

Consign to thee, and come to dust.


No exorciser harm thee!

Nor no witchcraft charm thee!

Ghost unlaid forbear thee!

Nothing ill come near thee!

Quiet consummation have;

And renowned be thy gr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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