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올리버 : 기러기
기러기
메리 올리버
넌 꼭 착할 필요 없어.
후회하며 천리 사막 길을
무릎으로 기어갈 필요도 없어.
그저 네 몸의 여린 동물이
사랑하는 걸 사랑하게 두면 돼.
절망에 대해 말해봐, 너의 절망을, 그러면 내 절망을 말할 테니.
그동안에도 세상은 계속되지.
그동안에도 해와 맑은 빗방울들은
풍경들을 가로지르고
초원과 우거진 나무들
산과 강 너머로 움직여 가는 거야.
그동안에도 기러기들은 맑고 높은 푸른 하늘을 날아
다시 제 집으로 향하지.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세상은 너의 상상력에 스스로를 맡기고
기러기들처럼 네게 외치지. 거칠고 활기찬 목소리로.
모든 것들 안에 네 자리가 있음을
알리고 또 알리는 거야.
Wild geese
Mary Oliver
You do not have to be good.
You do not have to walk on your knees
For a hundred miles through the desert, repenting.
You only have to let the soft animal of your body
love what it loves.
Tell me about despair, yours, and I will tell you mine.
Meanwhile the world goes on.
Meanwhile the sun and the clear pebbles of the rain
are moving across the landscapes,
over the prairies and the deep trees,
the mountains and the rivers.
Meanwhile the wild geese, high in the clean blue air,
are heading home again.
Whoever you are, no matter how lonely,
the world offers itself to your imagination,
calls to you like the wild geese, harsh and exciting --
over and over announcing your place
in the family of things.
뉴욕 타임스가 “단연코 미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시인”이라고 찬양한 미국의 여성시인 메리 올리버(Mary Oliver, 1935~2019)의 ‘기러기’라는 시이다. 한때 미국 대학 기숙사 방에 가장 많이 붙여졌던 시라고 알려지기도 하였다. 세상이 무엇을 원하든 너무 착할 필요도 비굴하게 무릎을 꿇을 필요도 없다. 당신 속의 나약한 자아가, 못난 본능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게 두면 된다. 절망 속에서도 세상은 계속되고, 태양은 떠오르고, 빗방울은 산과 강과 초원을 적신다. 갈매기도 푸른 하늘을 날아 고향으로 돌아가며 소리치고 있다. 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얼마나 외로운 삶을 살든 어차피 세상은 당신의 마음속에 있고, 세상의 어디에나 당신의 자리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