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의 주어 (1)
우리말과 영어, 주어 표현의 차이
주어의 설정
영어와 우리말 문장의 근본적인 차이는 두 언어 사이의 주어 설정 범위에서 비롯된다. 우리말에서 주어의 개념은 대체로 행위자와 대상인 반면, 영어의 주어는 그 표현의 범위가 무한대이다. 다음의 예를 살펴보자.
a) John opened the door. <행위자>
존이 문을 열었다.
b) The door opened of itself. <대상>
문이 저절로 열렸다.
c) The key opened the door. <도구>
열쇠로 문을 열었다.
위의 세 예문에서 a)와 b)는 「문을 연 행위자(John)」, 「행위의 대상(The door)」이 주어를 이룸으로써 우리말의 문장 구성과 동일하다. 한편, c)의 경우 「The key (열쇠)」에 우리말의 주격조사(… 은, 는, 이, 가)를 붙여서 “열쇠가 문을 열었다.”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 우리말의 주어 설정 범위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영어의 주어는 우리말 주어와는 달리 다양한 개념을 표현할 수 있다. 다음의 예를 보자.
a) The box contains a lot of coins. <장소>
그 상자에는 동전이 많다.
b) A telescope enables us to observe outer space. <도구>
망원경으로 우주 공간을 관찰할 수 있다.
c) The following morning found him dead in his bed. <시간>
다음 날 아침, 그는 침대에 누운 채 숨져 있었다.
d) A little more humility will earn him respect and fame. <조건>
조금만 겸손하면, 그는 존경과 명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 Her father’s sudden death forced her to quit school. <이유>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그녀는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다.
f) The mere sight of him disgusts me. <원인>
그를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난다.
주어의 차이는 결국 동사의 차이로 이어진다.
a) If you walk ten minutes, you will reach the beach.
십 분간 걸으면, 해변에 도착할 것이다.
위의 문장에서 조건의 개념을 나타내는 <if절>을 주어로 하기 위해서는 문장을 명사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즉, ‘ten minutes’ walk(10분간의 보행)’으로 변형시켜서 주어를 삼을 경우, 문장은 다음의 형태를 취한다.
b) Ten minutes’ walk will ( ) you to the beach.
“10분간의 보행이 당신을 해변으로 … 할 것이다.”로 변형될 때, 사용되어야 할 동사는 무엇일까? 이 경우, 「데리고 가다」라는 뜻의 ‘take’가 합당한 동사이다. a)와 b)를 비교해 보면 주어의 차이가 얼마나 현저하게 두 언어의 표현양식에 차이를 부여하는지를 느낄 수 있다. 영어식의 주어를 설정하고 그에 부응하는 동사를 구사하는 것이야말로 영어라는 언어에 접근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영어식 주어의 설정에 따른 동사를 용례 별로 제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