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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Sep 27. 2020

상상, 그 무한의 세계 (1)

상상력의 결여, 상상을 현실로

상상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끊임없이 상상한다. 추억을 상상하고 미래를 상상하고 현재의 간절한 바람을 상상한다. 상상하지 않는 인간은 죽은 인간이다. 상상 속에서 우리는 눈물짓고 웃음을 터뜨리며 행복감에 사로잡히고 좌절에 빠진다. 상상은 인간의 속성이다. 


모든 추상명사가 그러하듯이 상상을 몇 개의 문장으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마치 사랑이란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우리의 삶과 같이하는 추상적 개념들을 직관적으로 인식한다. 그렇게 우리는 사랑, 행복, 문학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상상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상상이 무엇인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다만 몇 마디 말로 설명하지 못할 뿐이다. 

  

그러나 상상의 결과는 지극히 구체적이다. 하늘을 나는 상상 없이 비행기의 발명이 가능했겠는가? 멀리 떨어진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열망 없이 전화기가 존재할 수 있었겠는가? 슬픈 이별을 상상하지 않고 애달픈 사랑의 시가 씌어질 수 있겠는가? 상상의 결과는 구체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삶을 상상할 때 언제나 긍정적이어야 한다. 생각한 대로 된다고 하는 말은 상상의 결과물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를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상상력의 결여      

  

2001년 9월 11일 전 세계를 경악케 하는 엄청난 사건이 벌어진다. 이른바 9-11 테러. 그날 아침 미국 전역에서 발진한 네 대의 민간 여객기가 동시에 납치된다. 그 비행기 중 하나가 승객과 승무원, 납치범과 폭탄을 싫고 뉴욕 한 복판에 있는 세계 무역센터 쌍둥이 건물에 충돌한다. 건물의 상단이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이고 잠시 뒤 또 다른 비행기가 쌍둥이 빌딩 나머지 하나에 충돌한다. 수 천 명의 사람들이 일하고 있던 두 개의 무역센터 건물이 위로부터 무너져 내린다. 납치된 네 대의 비행기 중 세 번째는 미 국방성 건물에 충돌했고 마지막 비행기는 이유가 알려지지 않은 채 어딘가에 추락한다. 

  

미국인들은 슬픔과 분노에 사로 잡혔다. 그들은 그 비극적 사건에 경악하였고 어떻게 그러한 일이 미국의 경제, 문화, 예술의 중심지인 뉴욕 한 복판에서 일어날 수 있었는지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무너져 내린 세계 무역센터 건물은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미국의, 미국인의 자존심이었다. 당시의 부시 행정부는 즉시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테러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진 이슬람 테러단체 알 카에다(Al-Qaeda)의 본부가 있는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다. 그리고 그 단체의 지도자였던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에 대한 체포 작전에 돌입한다. 땅 위에 있는 개미까지 식별한다는 수많은 미국의 군사위성들이 그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작동하였다. 정보가 속속 수집되고 분석되었지만 그에 대한 추적은 10년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그리고 2011년 마침내 미국의 특공대원들에 의해 빈 라덴은 사살되었고 그의 시신은 바다에 수장되었다. 

  

9-11 테러 이후 미 국방성은 속수무책으로 테러를 당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언론에도 발표된 국방성의 보고서는 워싱턴의 대 중동 정책의 실패, 이슬람 테러 조직의 미국 내 활동에 대한 방치 등 몇 가지 주요 포인트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상상력의 결여’라는 구절이었다. 상상력의 결여! 놀랄 만큼 정교한 위성에서 보내오는 수많은 정보, 엄청난 용량의 슈퍼컴퓨터에 의한 정보 분석을 통해서도 미국은 테러를 예측하지 못했다. 이전에 상상치 못했던 테러, 비행기를 거대한 빌딩에 충돌시키는 방식은 어떠한 첨단 기기들로도 예측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현대의 과학 기술을 선도해온 미국이 마침내 인간의 상상력에 의해서만 가능한 영역을 보다 분명히 인식하는 계기를 갖게 되었던 것이다.   


상상을 현실로    


미국 기업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은 상상의 결과를 신봉한 기업이었다. 19세기 말 토마스 에디슨(Thomas Edison)이 설립한 이 회사는 세계 기업사에 새로운 지평을 연 회사였다. 1900년에 세계 최초로 기업 부설 연구소를 만들었는데 이 연구소 정문 현판의 첫 줄에 ‘상상하라’(Imagine)라는 모토가 씌어 있다. 사실 GE의 사훈 자체가 ‘상상을 현실로’(Imagination at Work)이기도 하다. 발명은 상상의 산물이라 할 수 있으니 에디슨이 설립한 회사의 사훈으로서는 적합한 것이 아닐 수 없다. 

  

기업의 영역에 인문학적 상상력을 접목한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 “애플이 아이패드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기술과 인문학의 갈림길에서 끝없이 고민했기 때문이다.” 기업은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곳이다. 새로운 제품의 생산도 인간의 상상력에 의한 것이고, 생산과 소비의 주체도 인간이다. 따라서 인간을 알지 못하고 생산과 판매는 불가능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학문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체제의 꽃인 기업과 그 기업을 이끄는 기업인들이 인문학과 그것에 의해 고취되는 상상력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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