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manipulation)은 부당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타인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통제력을 확보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 조작적 행위에 참여한다. 예를 들어 우울한 기분에 빠져있으면서도 옆의 사람에게 “기분이 좋다”라고 말하는 것은 일종의 조작이다. 그것은 나에 대한 상대의 인식과 반응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상적 행위를 넘어서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이루어지는 조작은 일반적으로 부정적 행위로 여겨지고 있다. 조작을 당하는 사람의 육체적, 정신적, 정서적 상태에 해로운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페이스북은 코넬대학 및 U.C. 의 연구원들과 공동으로 한 가지 실험을 실시하였다. 그들은 689,000명의 페이스북 사용자들에게 공급되는 뉴스 자료를 조작해서 어떤 이들은 부정적인 기사를, 다른 이들은 긍정적인 기사만을 볼 수 있게 하였던 것이다. 당연히 이들은 자료를 포스팅하면서 자신들이 보았던 기사의 분위기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었다. 페이스북은 이 실험으로 엄청난 비난을 받았는데, 대상이 되었던 누구도 그러한 실험에 참여하기를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그릇된 행위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사람들의 감정이 얼마나 쉽게 조종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페이스북은 사용자에게 공급하는 뉴스피드를 왜곡함으로써 그들의 감정을 조작할 수 있었다. 특히 상대의 약점이나 자극 요인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이러한 조작이 훨씬 쉬운 일이라는 사실도 드러나게 되었다. 능숙한 조작자라면 상대의 자존감을 파괴하고 그로하여금 자신의 정신 상태조차 의심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정서적 조작은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으므로 일상생활에서의 조작 행위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왜냐면 조작자들이 대단히 교묘한 수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미세한 조작으로 시작하여 충분한 시간을 두고 수준을 높여가면서 상대가 조작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게 한다.
오늘날 수많은 조작들이 우리의 삶 속에서 벌어지고 있다. 사이비 종교에 빠지고, 다단계에 포섭되고, 보이스피싱과 통신사기에 걸려드는 것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인간의 내면이 스스로의 약점과 욕망에 의해 얼마나 쉽게 왜곡되고 조종될 수 있는 가를 보여준다. 한편 조작을 행하는 사람들의 내면도 인간 본성의 약점들을 그대로 노정하고 있다. 그들은 타인을 조종함으로써 스스로의 무기력과 무가치성을 극복하려 한다. 또한 그들은 주변의 사람들에게 버려지는 것을 두려워하여 그들에 대해 힘과 통제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더 중요시하는 이기주의자들이며 타인을 희생시켜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려 한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조작의 주체이며 동시에 객체가 된다. 우리의 내면에는 타인을 조종하여 스스로를 높이려는 의식과 함께 타인에 의해 쉽게 조종당하는 취약성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성 지성 2.0’(Emotional Intelligence 2.0)의 저자 트래비스 브래드베리(Travis Bradberry)는 조작자의 9가지 특징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첫째, 그는 상습적인 거짓말을 통해 당신의 현실에 대한 이해가 틀렸다고 믿게 한다. 둘째,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당신을 위하는 것처럼 행동하다가 나중에는 당신이 자기에게 큰 부담이 되는 것처럼 말한다. 셋째, 당신에게 죄책감을 심어준다. 넷째, 상황이 어려워지면 모든 책임을 당신에게 돌린다. 다섯째, 그는 당신과 많은 것을 서둘러 함께 나누고 당신에게도 같은 것을 요구한다. 여섯째, 주변의 모든 사람을 자신의 감정에 빠져들게 만들어 그들로 하여금 그의 기분에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 일곱째, 당신을 기꺼이 돕겠다고 하지만 그럼으로써 자신들이 마치 큰 희생을 감수하는 것으로 믿게 한다. 여덟째, 당신의 불만은 그의 문제에 비하면 사소한 것으로 여겨지게 한다. 아홉째, 당신의 약점을 알고 그것을 이용해 당신을 위축되게 만든다.
조작자들의 이러한 행태를 느끼고 있다면 즉시 그 덫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당신의 삶을 다른 사람의 손에 맡겨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당신의 감정, 생활, 태도, 행동, 판단 등 그 어떤 것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독립적인 삶의 주인이 되어야하는 것이다. 당신의 감정을 조작하려는 사람은 그 불합리한 행동으로 당신을 자극하고 당신 자신에 대한 믿음을 뒤흔든다. 그들의 행위가 이성에 반하는 것이라면 왜 그들에게 감정적으로 반응하여 그 안에 빠져 드는가? 그들에게 당신 자신의 감정 버튼을 맡겨서는 안 된다. 감정적 혼돈에 대응하기보다는 사실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감정적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 필요하다면 자신의 삶의 구조를 바꾸고, 기꺼이 자신을 믿어야 한다. 자신에 대한 불신과 낮은 평가는 조작의 먹이가 되어 스스로를 파괴시키고 말기 때문이다.
감정적 조작과 더불어 오늘날 심각한 문제로 대두한 것이 매스미디어를 이용한 여론의 조작이다. 히틀러의 나치 정권에서 선전부 장관을 맡았던 요제프 괴벨스(Joseph Geobbels)는 군중심리를 이용한 대중조작의 전문가였다. 히틀러를 지지하지 않는 대다수 독일 국민들을 설득해 나치의 유대인에 대한 인종청소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대중 선동과 선전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모든 집회에서 독일의 위대함과 아리안 족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연설과 홍보가 강조되었고, 이에 부정적인 집단에 대해서는 강력한 흑색선전과 탄압이 뒤따랐다. 다른 한편 유대인에 대한 학대를 은폐하고 오히려 그들의 복지를 위한 병원과 식량센터 건설을 선전함으로써 독일인들의 나치에 대한 거부감을 희석시켰다. 더불어 유대인들의 집단 수용시설인 게토를 전염병의 진원지로 몰아가는 강온 양면전술을 구사하기도 하였다. 괴벨스의 다음과 같은 말은 군중심리 조작의 기본적인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되고, 그다음에는 의심받지만, 되풀이하면 결국 모든 사람이 믿게 된다.”
1923년 도쿄 일원의 간토지방에서 대규모 지진이 일어난다. 정부에게 가해지는 흉흉해진 민심의 방향을 돌리기 위해 일본 내무성은 각 지역의 경찰서에 다음과 같은 지시를 하달한다. "재난을 틈타 이득을 취하려는 무리들이 있다. 조선인들이 방화와 폭탄에 의한 테러, 강도 등을 획책하고 있으니 주의하라." 이 내용은 일부 신문에 보도되었고 이후 유언비어로 증폭되어 "조선인들이 폭도로 돌변해 우물에 독을 풀고 방화 약탈을 하며 일본인들을 습격하고 있다."라는 헛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분노한 일본인들은 무고한 조선인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다. 그것은 정부에 의해 저질러진 비극적인 대중 여론 조작의 전형이었다.
인터넷의 확산과 더불어 여론조작의 매체는 신문에서 인터넷 매체들로 옮아갔다. 뉴스 게시판을 중심으로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댓글 난에는 더 이상 인격에 대한 존중이나 타인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정치적 견해의 대립은 인터넷을 양분시키고 소위 좌파와 우파의 정치적 유튜브와 팟캐스트들은 이미 자신들만의 사이버 영토를 점령했다. 불법적인 방법으로 댓글의 숫자가 조작되고, 인터넷은 이제 가짜 뉴스와 과대, 과장 뉴스의 원천이 되고 말았다. 도박과 음란물 역시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어 청소년은 물론 대중의 정서를 크게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에 반하는 사람들의 신상을 털어 한 개인의 삶을 파괴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이제 인터넷은 현대의 레비아탄이라 불려도 과언은 아니다. 그것은 마치 블랙홀처럼 진실과 허위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다.
빅 데이터는 ‘21세기의 금광’ 혹은 ‘미래의 석유’라고 불린다. 그것은 인류의 미래 성장을 약속하는 현대의 총아이다. 아인슈타인은 ‘원자가 발견되고 세상은 변했다. “라고 말한다. 이제 인터넷으로 세상은 변했다. 단 한 번의 클릭으로 수많은 것들이 생성되고 소멸한다. 그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빅 데이터의 가공할 위협은 잊히고 있다. 소셜 미디어의 사용자들은 그들의 모든 것을 빅 데이터 안에 저장하고 스스로 빅 브라더의 감시 속에 살아가는 디스토피아의 세계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우리는 지금 모든 정보가 가공되고, 왜곡되고, 조작될 수 있는 위험한 세상에 살고 있다. 이제 함께 손을 잡고 평화롭게 살자는 구호는 바뀌어야 할지도 모른다. 현대인들은 조작과 감시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사는 세계를 추구해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