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
한용운
세상에 만족이 있느냐? 인생에게 만족이 있느냐?
있다면 나에게도 있으리라
세상에 만족이 있기는 있지마는 사람의 앞에만 있다
거리는 사람의 팔 길이와 같고 속력은
사람의 걸음과 비례가 된다
만족은 잡을래야 잡을 수도 없고 버릴래야 버릴 수도 없다
만족을 얻고 보면 얻은 것은 불만족이요
만족은 의연히 앞에 있다
만족은 愚者(우자)나 聖者(성자)의 주관적 소유가 아니며
약자의 기대뿐이다
만족은 언제든지 인생과 竪的平行(수적 평행)이다
나는 차라리 발꿈치를 돌려서 만족의 묵은
자취를 밟을까 하노라
아아! 나는 만족을 얻었노라
아지랑이 같은 꿈과 금실 같은 환상이 님계신 꽃동산에
들릴 때에 아아! 나는 만족을 얻었노라
Satisfaction
by Han, Yong-un
Is there satisfaction in the world? In life?
If so, it will be in me, too.
Satisfaction, if it be in the world, is only before a man
It is his arm’s breadth away
It is proportional to his walk
You can’t catch it nor abandon it
Satisfaction, if gained, may prove to be dissatisfaction
It is still before me
It can be subjectively gained neither by the foolish nor by the wise
It is nothing but the weak’s expectation
Satisfaction is always parallel to life
I would rather tread the old traces of satisfaction
By turning back my heels
Ah, I’ve got satisfaction
When I drop by the flower garden where you are
In a haze-like dream and an illusion woven by golden threads
Ah, I’ve got satisfaction
(Translated by Choi)
우리는 많은 것을 갖고 있어도 좀처럼 만족하지 못합니다. 왜냐면 더 많은 것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만족은 늘 우리 앞에 있습니다. 하지만 좀처럼 따라잡거나 붙들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멈춰서 만족이 뒷걸음치기를 기다리기도 하지만 만족은 뒤돌아보지 않습니다. 행복은 만족에서 온다지만 만족을 얻지 못하니 행복도 따라오긴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시인은 만족을 어리석은 자의 기대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만족을 기다릴 필요는 없습니다. 그것을 기대하지 않는 순간 기적처럼 만족이 당신의 마음속에 자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과거의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세요. 사랑하는 사람이 기다리는 꽃동산을 그려보세요. 아름다운 꿈과 환상 속에 빠져보세요. 그 순간 갖게 되는 감정이 만족이니까요. 다만 우리가 그것을 보지 못할 뿐인 거죠. 레바논 태생 미국 시인 칼릴 지브란은 이렇게 말합니다. “만족 속에서 자신의 삶을 뒤돌아 볼 수 있는 것은 두 번의 삶을 사는 것이다.” 만족하는 만큼 풍요로워지는 것이 우리네 삶입니다. 잡으려 말고 느끼세요. 만족은 다 얻어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앞서 있는 만족을 조금은 남겨두세요. '충족의 유보'(the suspension of fulfillment)는 더 큰 만족에 대한 기다림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만족과 함께 동행하면 되는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