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것 같습니다. 살다 보면 참 마음과 달리 한 행동과 말, 흘리지 말라야 할 눈물, 보내지 말았어야 할 사람, 장소, 시간들이 있습니다. 그때는 모르지요. 흘러가고 난 뒤에야 그것의 가치를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잊고, 그리워할 줄 알면서도 보내고, 암흑에 빠져 미친 듯 괴로워할 줄 알면서 놓아준 기억들... 살다 보니 깨닫게 된 후회와 뉘우침으로 휘청대듯 떠나온 길들이 이젠 아득한 추억 속에 묻히고 맙니다.
넘어지지 않아야 할 곳은 어디일까요? 왜 그곳에서 비틀거릴까요? 그게 삶이기 때문이겠죠. 사막 같은 인생길에서 모래바람을 만나도 끄떡없던 내가 이제 서늘히 불어오는 작은 가을바람에 흔들립니다. 사랑하지 않으려고 애쓴 그 사람이 나 때문에 눈물짓는 것을 알고는 가슴 아파하는 것이 인생일 뿐이지요. 왜 난 사랑이란 말을 함부로 던져 그의 마음에 상처를 남겼을까요? 그리고 왜 난 보내야 했는지. 사는 것이 정말 뜻대로 되지 않는군요. 저 깊은 바다에 가라앉은 측연처럼 있어도 없는 것처럼 침묵 속에 외로워하는 것이 인간입니다. 살다 보면 언젠가는 떠오르지 않아도 되는 때에 물 위로 올라오겠죠. 그래서 잃어버린 많은 것들을 목 빼어 기다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