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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Nov 22. 2020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윤동주, 서시

서시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Prologue 

      by Yoon, Dong-joo     


If only I had no shame 

Under the sky till the edge of doom

I was tormented 

Even by the wind passing through the leaves.

With a mind singing for the stars

I will love everything dying

And walk along the road 

Given to me.     


Tonight the wind also blows between the stars.      


장엄한 시입니다. 죽는 날까지 부끄럼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스치는 바람에 조차 가책을 느끼는 것이겠죠. 수치와 죄의식이 사라진 이 세상에서 두 발을 굳건히 닫고 선 이 나약한 지식인의 모습은 가슴 저리도록 처연합니다. 윤동주! 젊은 그의 가슴을 열어 그 낭만과 열정과 고뇌를 꺼내어 보고 싶습니다. 미치게 아름다운 그의 시를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무수한 레토릭으로 굴절된 언어를 그의 실 같이 얇고 가냘픈 시어로 교정하고 싶습니다. 


시는 쓰는 동안에는 시인과 하느님만이 그 뜻을 안다고 합니다. 그리고 쓰고 난 뒤에는 하느님만 안다고 하죠. 우스개처럼 들리지만 시는 그래야 합니다. 시인조차 알 수 없는 무궁한 의미가 독자들의 마음속에서 천 가지, 만 가지로 되살아나야 합니다. 그 아픈 역사를 지내며 담금질된 위대한 시인들이 그렇듯 쉬운 낱말로 전달한 그 직접적인 시어가 오늘의 언어이어야 합니다. 구부러지고 비틀린 천박한 언어들이 우울한 시대의 시인들의 시어로 정화되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처럼 속절없이 윤동주라는 이름을 되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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