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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Nov 21. 2020

먼훗날엔 잊을 수 있을까요?

김소월, 먼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먼 후일

       김소월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Someday

     by Kim, So-wol    


Someday, if you look for me,

I shall say ‘I forgot you.’     


If you blame me in mind

I shall say ‘I forgot you after missing you so much.’    


If you still blame me

I shall say ‘I forgot you ’cause you’re not trusted.‘    


Neither today nor yesterday

‘I shall forget you someday.’     


사랑은 역설인 것 같습니다. 나 보기가 역겨워 떠난다 해도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는 것처럼, 진달래꽃을 따다가 떠나는 임의 길에 뿌리는 것처럼, 사랑의 마음은 말이나 행동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그렇게라도 임의 가는 길을 막아보고 싶고, 내 마음을 알아달라고 외치고 싶은 것, 그것이 남겨지는 사람의 간절한 바람인 거죠. 시인은 미래의 시점에서 이제 당신을 잊었다고 말합니다. 지금은 당신을 잊을 수 없지만 언제가 당신을 잊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소월의 시다운 아이러니의 표현이지요. 미래의 내 마음을 지금이야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소설가 스티븐 킹이 자신의 작품 중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가 말하고 듣는 작별의 인사는 결국 우리가 살아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살아있음으로 슬프고, 살아있음으로 해서 기쁠 수 있는 것이 인생이겠죠. 이별은 만남이 있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삶의 한 지점에서 당신과 나에게 중요했던 그 사람들에게 언젠가는 작별을 고해야 하는 것이죠. 회자정리(會者定離)라 했던가요? 하지만 그들을 지금 이 순간에는 잊을 수 없을 겁니다. 그런데... 언젠가는 잊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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