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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Nov 25. 2020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이여!

김소월, 초혼

초혼(招魂)

        김소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어!

허공중(虛空中)에 헤어진 이름이어!

불러도 주인(主人)없는 이름이어!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어!    


심중(心中)에 남아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붉은 해는 서산(西山)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어!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Invocation

        by Kim, So-wol     


Oh, the name falling apart!

The name scattered in the air!

The name called but not answered!

The name I shall die calling!      


The single word left in my mind

Has not been spoken after all.

Oh, my love!

Oh, my love!    


The red sun has hung over the ridge of the western mountain.

A herd of deer is crying in sorrow.

On the top of the mountain far off

I call out your name.     


Calling you in deep grief

Calling you in deep grief

But my calling avoids you

As the distance between heaven and earth is too wide.     


Standing here to become a rock,

The name I shall die calling!

Oh, my love

Oh, my love.

(Translated by Choi)     


다정했던 그 이름이 지금은 내 곁에 없습니다. 홀연히, 그림자조차 남기지 않고 떠나갔습니다. 무엇이 그리도 급했던 것일까요. 이제 다시는 부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그런 거짓 이름이 되어버렸습니다. 휴대전화에 아직 남겨진 그 이름을 그대로 두기도, 지울 수도 없습니다. 아마도 늘 잊고 지냈던 그 이름이 내게는 너무나 든든했던 버팀이었고, 언제든 부르면 달려올 그런 것이었나 봅니다. 그런데 사라진 그 이름이 너무나 그립습니다. 왜 우린 사랑하는 모든 것을 보내고 나서야 그리워하는 것일까요. 마음속의 사랑을, 고마움을, 기대와 희망을 입 밖에 내어보지 못하고 그를 보내야 했습니다. 저녁노을 지는 산마루턱에 오르니 나만 홀로 남겨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지막이 불러봅니다. 그 이름을, 불러도 대답 없는 그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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