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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Nov 26. 2020

삶,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을까요?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A flower that blooms shaken

                   by Do, Jong-whan    


Where is such a flower that blooms without being shaken?

Any beautiful flower in the world

Is shaken before it blooms.

Shaken, it stands its stem straight.

There is no love but lasts without being shaken. 


Where is such a flower that blooms without getting wet?

Any bright flower in the world

Gets wet and wet before it blooms.

Wet with the wind and rain, it warmly brings forth its petals.

There is no life but goes without getting wet.      


모든 영광에는 시련이 따른다고 했던가요? 그렇겠지요. 무언가를 성취하려면 반드시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사는 것도 고난과 함께 가는 것입니다. 살아내는 것 자체가 대단한 성취이니까요. 물론 잘 살아야지요. 그런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때로 구덩이에 빠지고, 덫에도 걸리고, 가시에 긁혀 상처도 나는 것이 삶이죠. 꽃이 피는 것도 삶이고, 사랑하는 것도 삶입니다. 삶은 그렇게 어려움과 더불어 계속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당신이 겪고 있는 많은 일에 너무 연연하지 마세요. 어차피 겪을 것은 겪어야 하는 겁니다. 오스트리아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는 ‘젊은 시인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 당신에게 벌어지는 일들에 너무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마세요. 그냥 일어나게 두세요. 그렇지 않으면 마주치는 모든 것을 현재와 공유하는 당신의 과거를 너무 쉽사리 비난하게 되니까요.”          


바람이 불면 불게 두세요. 비가 내리면 내리게 두세요. 흔들리며, 젖으며 사는 것이 인생입니다. 하나하나에 상처를 받고, 분노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괜히 지나간 것들을 원망하고 후회하게 될 수 있으니까요. 우리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함께 살아갑니다. 지금 현재라고 느끼는 것은 이미 지나가고, 미래라 여기는 것은 어느새 눈앞에 와있습니다. 그러니 흔들려도 허리를 곧게 세우고 앞을 바라봅시다. 이것도 지나갈 것이고 오늘 같은 내일에 꽃잎을 피워낼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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