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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Dec 21. 2020

소풍 끝난 세상은 아름다웠다

천상병, 귀천

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Back to Heaven 

              Chun, Sang-byong             


I will go back to heaven

Hand in hand with the dews

That vanish under the light of dawn.


I will go back to heaven

Playing on the hill together with the glow of the setting sun

When the clouds beckon to me. 


I will go back to heaven

The day I finish an outing in this world

There in heaven, I will say that was so beautiful.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했나요? 누구나 언젠가는 떠나야 하는 세상인데 왜 그리 미련이 많은지. 못난 자식, 부족한 부모로 살다 기약 없이 떠나려면 남겨진 사람들이 눈에 밟혀 쉬이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는 것이겠죠. 새벽빛에 스러지는 이슬 같은 것이 인생입니다. 노을빛 하늘에 미처 사라지지 못한 구름같이 헤매는 것이 삶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소풍 같았던 세상살이가 잠시의 기쁨을 주었던 것을 기억하겠지요. 이렇게 떠나도 무엇 하나 굳이 억울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짧은 기억을 남기는 것만이 그저 미안하고 미안할 뿐입니다. 이 세상이 아름다웠던 것은 사랑하는 그대들과 함께 있었기 때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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