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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pr 04. 2021

그의 반, 나의 전부

정지용, '그의 반'

그의 반

        정지용    


내 무엇이라 이름하리 그를?

나의 영혼 안의 고운 불,

공손한 이마에 비추는 달,

나의 눈보다 값진 이,

바다에서 솟아올라 나래 떠는 금성,

쪽빛 하늘에 흰 꽃을 달은 고산 식물,

나의 가지에 머물지 않고,

나의 나라에서도 멀다.

홀로 어여삐 스스로 한가로워 항상 머언 이,

나는 사랑을 모르노라. 오로지 수그릴 뿐,

때 없이 가슴에 두 손이 여미어지며

굽이굽이 돌아 나간 시름의 황혼 길 위

나 바다 이편에 남긴

그의 반임을 고이 지니고 걷노라.     


The Other Half of Him

                by Chung, Ji-yong     


What do I call Him?

Holy fire in my soul,

The moon shining on my forehead,

Someone more precious than my eyes,

The winged evening star soaring out of the sea,

An alpine plant bearing a white flower against the blue sky,

But, not staying on my branch,

Too far away from my country.  

He, beautifully detached alone, is always in the distance,

I don’t know how to love, but only know how to bend.

All the time, with my hands together on my breast,

Through the dusky road of troubles, which winds its way around,

Aware that I am the other half of Him

Left on this side of the sea, I walk on.       


내가 그의 절반임을 알고 걷는 길은 얼마나 큰 축복입니까! 척박한 영혼에 불꽃을 피우고, 얼굴 가득 그의 은총을 받으며, 육신의 눈이 아닌 그의 손길로 걸어가는 길은 얼마나 황홀한 경험일까요. 검푸른 바다에서 솟아오른 것 같은 빛나는 저녁별이 광활한 하늘을 날고, 높은 산 홀로 핀 순수하고 고결한 흰 꽃이 미풍에 흔들릴 때, 나는 평화와 자유를 배웁니다. 비록 가늘게 뻗은 내 가지에 바람이 허황하게 스쳐가도, 헐벗은 이 땅에 빈손으로 살더라도, 홀로 떨어져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위로받을 수 있다면 마음은 얼마나 충만할까요. 감히 그를 사랑하기가 죄스러워 그저 허리 숙여 찬미 드릴뿐입니다. 거칠고 험한 세상길을 걸어가며 그의 절반임을 깨달은 나는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그렇게 나의 절반인 그와 함께 영원히 동행합니다. 아! 나의 사랑, 나의 전부, 그대를 그저 그리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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