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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pr 11. 2021

감사 기도

새들도 모든 것 받을 것을 믿는다.

새둥지

            작자미상(영시)  


반쯤 나뭇잎에 묻힌

산울타리 안 새둥지 하나,

흰 꽃송이를 단 꽃가지들은

처마처럼 그 위로 허리를 굽힌다.     


하나님이 새들에게 쉴 곳을 주시고

먹을 것을 주시니,

새들도 하나님이 좋은 것은 무엇이든

그들에게 줄 것을 믿는다.     


아! 우리에게 자녀를 주신

커다란 은총을 잊고 있을 때,

작은 어려움에

투덜대고 안달할 때,    


산울타리와 나무들 안에서

울려오는 달콤한 음성을 들으라.

이보다 더 감사하고

이보다 더 믿을 수 있는 것이 있을까?      


The Bird’s Nest  

         by  Anonymous     


There’s a nest in the hedge-row,

Half bid by the leaves,

And the sprays, white with blossom,

Bend o’er it like eaves.    


God gives birds their lodging,

He gives them their food,

And they trust He will give them

Whatever is good.    


Ah! when our rich blessings,

My child, we forget;

When for some little trouble

We murmur and fret;    


Hear sweet voices singing

In hedges and trees:

Shall we be less thankful,

Less trustful than these?    


우연히 작자미상의 영시 한 편을 본 순간, 저는 너무 많은 감사할 것들을 잊고 살았다는 자책감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새들조차 다 얻었음을 알고 있는데, 사람인 저는 늘 부족하다 불평만 하고 살았습니다. 가진 것 하나 없이 세상에 태어나 삶이라는 선물을 받았고, 가족이라는 축복과, 사랑이라는 기적을 얻었으면서도 새처럼 감사의 노래를 부르지 못했습니다. 생명의 햇빛과 성장의 초록, 성숙의 황금 들녘,  망각의 눈까지... 계절마다 풍성한 은혜로 가득한데 하늘만 쳐다보며 늘 원망만 되뇌었습니다. 아침의 빛줄기, 한낮의 밝음과 밤의 고요함, 가물어 메마른 땅을 단 비로 적시는 그 놀라운 섭리에 이제 감사만 드리고 살렵니다. 모든 것이 절로 채워짐을 알고 행복에 겨워 새처럼 노래하렵니다.    


로버트 브라우닝(Robert Browning)의 ‘피파의 노래’(Pippa’s Song)가 모두의 마음을 행복으로 가득 채우길 기도합니다.     


피파의 노래

        로버트 브라우닝    


한 해의 봄,

하루의 아침;

아침 일곱 시;

언덕 길가에 이슬이 진주처럼 열리고;

종달새 날갯짓하며;

달팽이는 가시나무 위를 걷는다;


하늘에 하나님이 계시니,

모든 것이 좋은 이 세상!     


Pippa's Song

         by Robert Browning


The year's at the spring,

And day's at the morn;

Morning's at seven;

The hill-side's dew-pearl'd;

The lark's on the wing;

The snail's on the thorn;     


God's in His heaven,

All's right with th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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