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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pr 12. 2021

간장 속의 꽃게

안도현, '스며드는 것'

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 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Something that Soaks into...

                    by Ahn, Do-hyun     


A crab

Lies face down, half-drowned in soya sauce.

When soya abruptly pours down on his back 

The crab, wriggling itself,

May crouch down nearer to the bottom

To keep the spawn safe in its abdomen.     

Struggling, writhing,

The crab cannot help accepting 

Slowly and finally 

Something that soaks into its flesh,

Something so dark. 

Before its shell gets numb,

It may say softly to its spawn;

It's night time,

Better turn the light off and sleep.     


In Korea, we eat the crabs soaked in soya sauce. This poem describes a crab full of eggs that is being steeped in the black salty sauce. Just imagine your are that crab who crouches down to keep its spawn alive.    


간장에 담가질 꽃게를 상상해본 적이 있나요? 그의 등짝에 간장이 부어질 때 몸을 웅크리고 뱃속의 알을 지키려는 꽃게의 버둥거림을 가슴으로 느껴본 적이 있습니까? 안도현 시인은 연탄재, 꽃게와 같이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을 시의 소재로 변화시키고 그것을 우리 자신으로 치환합니다. 그렇게 우리를 사소하게 버려지거나, 헛되이 죽어가야 할 존재로 바꾸어놓습니다. 그것들에 대한 잔인하리만치 직접적인 이미지를 우리의 가슴에 박아놓습니다. 자신의 뱃속에 품고 있는 알을 지키려 한껏 웅크린 꽃게는 검은 액체가 쏟아지면 더욱 바닥에 엎드립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속내로 스며드는 그것에 몸을 내어주고 맙니다. 그리고 불안해할 자신의 알들을 안심시킵니다. 검어지는 것은 저녁이 왔기 때문이고, 이제 그냥 편히 잠들면 된다고 말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삶일지도 모릅니다. 다가오는 불행 속에서도 지켜야 할 무언가가 있습니다. 지킬 수 없음을 알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가슴에 품어야 할 그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끝내 지키지 못하게 되었을 때 우리는 무슨 말로 그들을 위로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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