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하,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
이정하
비를 맞으며 걷는 사람에겐 우산보다
함께 걸어줄 누군가가 필요한 것임을.
울고 있는 사람에겐 손수건 한 장보다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이
더욱 필요한 것임을.
그대를 만나고서부터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대여, 지금 어디 있는가.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말도 못 할 만큼
그대가 그립습니다.
A Breast to Lean on to Cry
by Lee Jeong-ha
He who walks in the rain needs not so much
An umbrella as someone who walks with him.
He who is crying needs more
A breast to lean on to cry
Than a handkerchief.
I came to know it
Only after I met you.
You, where are you?
I miss you, I miss you
I miss you more than
I can say.
이렇게 그립고 그리운 사람이 있으십니까? 빗속을 우산 없이 걸어도 그리움에 더 젖어들던 그 외로운 밤을 기억하시나요? 눈물이 마를 때까지 울고 또 울어도 보고 싶어 또다시 흐르던 눈물이 깊은 밤을 슬픔으로 채우던 그 날들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요. 그대를 만나지 못했다면 알 수 없었을 이 빈 가슴은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요. 그래서 오늘도 그대를 그리며 함께 걷던 그 길을 따라갑니다.
사랑의 감정에도 세대의 차이가 있을까요? 사랑의 방식은 많이 바뀌었어도 사랑할 때의 그 설렘은 언제라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람의 마음은 수천 년 전에도 마찬가지였으니 말입니다. 고대의 시에도 여전히 사랑의 고백과 아픔은 지금과 같았으니까. 셰익스피어의 희극 속에 나오는 대사를 떠올리며 쓴웃음을 집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과, 시인과 미친 사람은 다 똑같죠.” 고대 그리스인들은 남녀 간의 사랑을 병(病)으로 여겼어요. 그러니 사랑에 빠진 시인은 이중으로 병든 사람일까요? 오늘도 한 편의 시를 읽으며 옛사랑을 떠올립니다. 아픈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이 밤 나도 병자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