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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pr 14. 2021

봄의 기도

로버트 프로스트

봄의 기도

           로버트 프로스트    


오, 오늘 피어난 꽃들 속에서 즐길 수 있게 하소서.

알 수 없는 가을 추수는 생각하지 않게 하시고

우리를 단지 이곳에,

피어나는 봄 속에 살게 하소서.     


하얀 꽃 만발한 과수원에서 즐길 수 있게 하소서.

낮에는 꽃처럼, 밤에는 유령처럼.

풍성한 나무 주변을 떼 지어 선회하는

행복한 벌들처럼 우리도 행복하게 하소서.     


날쌔게 나는 새들 안에서 행복하게 하소서.

갑자기 벌 떼 위에서 지저귀다가

뾰족한 부리를 내밀어 허공에서 꽃송이 하나 물고

가만히 선 별똥별 같은 새들.       


다른 무엇보다도 이것이 사랑이니

알 수 없는 주의 뜻을 거룩하게 하는 것은

하늘에 계신 당신의 몫이요,

우리는 그저 우리의 바램을 채울 뿐이 오니다.          


A Prayer in Spring  

                by Robert Frost    


Oh, give us pleasure in the flowers today;

And give us not to think so far away

As the uncertain harvest; keep us here

All simply in the springing of the year.     


Oh, give us pleasure in the orchard white,

Like nothing else by day, like ghosts by night;

And make us happy in the happy bees,

The swarm dilating round the perfect trees.     


And make us happy in the darting bird

That suddenly above the bees is heard,

The meteor that thrusts in with needle bill,

And off a blossom in mid-air stand still.    


For this is love and nothing else is love,

The which it is reserved for God above

To sanctify to what far ends He will,

But which is only needs that we fulfill.      


가끔 우울한 하늘과 오가는 빗방울에 마음이 젖기도 하지만, 우리는 이 아름다운 봄의 밝고 따뜻한 빛과 싱그러운 향기와 온갖 꽃의 색채들 속에 있습니다. 그렇게 오롯이 이 봄의 환희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무엇이 더 필요할까요? 제발 오지도 않은 가을걷이를 앞세워 걱정하지 마세요. 따스한 햇살 속을 걸으세요. 도랑가에 핀 이름 모를 작은 꽃에게도 인사하세요. 갓 솟아 오른 풀잎이 자기도 보아달라면 잠시 허리 굽혀 그 초록의 촉감도 느껴보세요. 이따금 아이의 웃음처럼 행복한 시냇물 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아! 세상은 왜 이리 아름다워 날 설레게 하는지!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봄의 기도’는 하나님이 부려놓으신 이 아름다운 세상 속에서 즐겁고 행복하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꽃 속에서, 벌들처럼 새처럼 그렇게 봄철의 충만한 기쁨을 갈구하고 있습니다. 이따금씩 이 좋은 세상을 만드신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없어 애태우지만 그것은 그분의 섭리일 뿐, 우리는 그가 만드신 이 좋은 계절을 그저 행복에 겨워 느끼기만 하면 되지요. 슬픔도 외로움도 고통도 있겠지요. 잠시만, 이 좋은 봄날 하루만이라도 당신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기를! 세상의 모든 아픔이 잠시라도 잊힐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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