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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y 03. 2021

바람은 알고 있을까요?

나태주, '바람에게 묻는다'

바람에게 묻는다

           나태주     


바람에게 묻는다

지금 그곳에는 여전히

꽃이 피었던가 달이 떴던가    


바람에게 듣는다

내 그리운 사람 못 잊을 사람

아직도 나를 기다려

그곳에서 서성이고 있던가    


내게 불러줬던 노래

아직도 혼자 부르며

울고있던가    


Asking the wind

            by Na, Tae-joo


I am asking the wind

If flowers still bloom

And the moon now shines there.    


I am hearing from the wind

If my love I miss so much and shall never forget

Is still waiting for me

And hanging around there,    


Or cries

Still singing all alone

The song she used to sing for me.       


나태주 시인의 시는 아름답습니다. 슬쩍 건넨 몇 마디 말이 호수에 던진 돌멩이처럼 마음에 선명한 물결을 일으킵니다. 어려운 낱말 하나 없이도 그가 그리는 사람과 자연과 세상은 우리의 기억에 깊은 자국을 남깁니다. 바람은 알 수 있을까요? 바람에게 묻고 바람에게 듣는 대답은 무엇이었을까요. 왠지 가슴 가운데 구멍이 뚫려 바람이 스쳐지나가는 느낌입니다. 오래 전 떠나온 그곳의 풍경은 여전하겠지요. 여전히 꽃이 피고 밤하늘은 달빛에 물들 겁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아직 그곳에 있을까요? 그러면 어쩌지요? 여전히 날 기다려 서성이며 눈물짓는다면 어쩌지요? 나를 위해 불러주던 그의 노래는 지금도 귓전에 맴돌고 있지만, 난 다시 그곳으로 돌아갈 수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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