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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y 02. 2021

하늘에 창을 낸 시인

안도현, '하늘 위의 창문'

하늘 위의 창문

             안도현    

방패연을 높이높이

띄웠다    

하늘 위에 커다란

창문이 하나

생겼다    


저 창문을 열면

하늘 위에 누가

살고 있는지

다 내다볼 수 있겠다

하느님의 마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훤히 다 보이겠다    

방패연은 좋겠다

저러다

운이 좋으면

하느님도 만날 수 있겠다    

A Window in the Sky

                      by Ahn, Do-hyun     


I flied a shield-shaped kite 

Higher and higher    


A large window 

Has been made

In the sky.      


Open that window 

And you will see 

Who will live 

In the sky

Through it,

You will clearly see

What’s happening 

In the village of God.     


The kite would be happy. 

If lucky

It could meet 

God.     


시인의 발상은 독특합니다. 그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새로운 의미를 더하죠. 인간도 자연도, 보이지 않는 우리의 마음이나, 알 수 없는 우리의 삶도 시인의 펜 끝에서 전혀 새로운 느낌으로 재창조됩니다. 안도현 시인은 그냥 지나치는 사소한 것들에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생명을 부여합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안 시인은 버려진 연탄재를 다시 불러내고, 심지어 간장게장을 만들기 위해 부어지는 간장을 등줄기에 맞으면서도 속에 품은 알들을 지키려는 게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였습니다. 이 시에서 그는 하늘에 날린 사각의 연을 ‘하늘의 창’이라고 얘기합니다. 그 창을 통해 하늘을 엿볼 수 있으리라고 말합니다. 놀라운 상상력이죠. 그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순순한 아이의 눈과 마음을 지녔던 것이다.        


시인은 한 줄기 글로 우주를 만들고,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수많은 기억들을 끄집어냅니다. 그리고 간혹 놓쳐버린 많은 것을 되찾게 하지요.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 ‘그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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