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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pr 29. 2021

4월을 보내면서...

필리스 레빈, '4월의 종말'

4월의 종말 

       필리스 레빈  


벚꽃 나무 아래서 

로빈 새 알 하나를 보았습니다.

금이 가긴 했지만 깨어지지는 않았었죠. 


나는 당신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꽃잎 떨어진

풀밭에 무릎을 꿇고 있었어요.     


푸른색의 고철 잔해를 보았습니다. 

깨지기 쉬운 장난감이었어요. 

색종이 조각만큼 가벼웠지요.     


그것은 실재처럼 보이지 않았어요. 

하지만 때때로 

자연이 그런 짓을 하지요.     


나는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텅 빈 채 반짝거리고 있었어요. 

완벽하게 빈껍데기이었지요.      


단지 잃어버린 왕관 하나가 들어있었습니다.

그 외에는 비어있어서

안을 볼 수 있었죠.       


한 때 그안에 있던 것들은 

이제 사라져 버리고

내 가슴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때때로

가슴속에서 그 날개를 펼쳐

나를 부셔버립니다.         


End of April 

         by Phillis Levin    


Under a cherry tree

I found a robin’s egg,

broken, but not shattered.    


I had been thinking of you,

and was kneeling in the grass

among fallen blossoms    


when I saw it: a blue scrap,

a delicate toy, as light

as confetti  


It didn’t seem real,

but nature will do such things

from time to time.    


I looked inside:

it was glistening, hollow,

a perfect shell    


except for the missing crown,

which made it possible

to look inside.    


What had been there

is gone now

and lives in my heart    


where, periodically,

it opens up its wings,

tearing me apart.    


4월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가끔씩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기도 했고, 빗방울에 꽃잎이 고개를 숙이기도 했지만, 환하게 해가 떠오르고, 오색 꽃들이 천지에 피어나고, 봄바람이 감미롭게 얼굴을 간지럽혔던 4월은 너무도 좋았습니다. 창문을 열고 어제보다 짙어진 초록의 나무들을 보며 놀라워하기도 했지요.     


이제 4월을 마감하면서 벅찬 마음으로 5월을 기대하지만, 4월의 끝은 사라져 가는 많은 것들에 대한 아득한 기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미국의 여류시인 필리스 레빈의 시를 ‘4월의 종말’이라 번역한 이유는 이 시에 묘사된 많은 은유들이 사라진 것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을 암시하기 때문입니다. 꽃잎 떨어진 벚꽃나무 아래 깨어진 새 알이 놓여있음은 소중했던 것의 상실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발견한 장난감 조각, 그 안은 이미 텅 비어 아이가 가지고 놀던 작은 왕관만이 덩그러니 들어있었죠. 원래 그 속을 채웠던 모든 것들은 사라지고 이제 마음속에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만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그 기억은 때때로 우리의 마음을 뒤흔들어 아프게 합니다. 지나간 4월의 추억 또한 그러하겠죠. 그 짧았던 시간 속에 있었던 많은 것들은 꽃잎처럼,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지만, 그 종말은 여전히 우리 가운데 남아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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