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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pr 29. 2021

춤추는촛불

황금찬, '촛불'

촛불

       황금찬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태워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A Candle

      by Hwang, Geum-chan    


When you light a candlewick,

Then you start

Toward the end.    


In feeble rebellion,

That drives out the darkness,

From whom does a candle learn

To be a silent sacrifice?    


Existence,

Not knowing the limit of time

Already prepared for,

It is a fate.     


A dancing candle

Enjoying every moment like a flower

Never grieves over

Its being burned.     


시작은 늘 끝을 향해 달려갑니다. 촛불이 그렇지요. 성냥을 그어대면 환하게 불꽃이 살아나서 어둠을 밝힙니다.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지만 마치 춤추듯 방안 가득 이리저리 그림자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눈물처럼 촛농을 흘리며 스스로를 줄여가는 촛불은 우리의 삶과 닮았습니다. 자신을 태워 세상을 밝혀서가 아니고, 시간과 함께 타들어가 마침내 꺼진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초의 존재는 어둠에 대한 저항입니다. 한낮의 태양에 비할수는 없지만 캄캄한 밤 흔들리는 촛불 하나가  길을 비춰주니까요. 아무리 작은 존재라 하더라도 세상에서 해야 할 어떤 역할이 있음이 우리의 존재 이유인 것처럼 말입니다.     


촛불을 켜는 순간 다 타버린 초를 상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힘과 활력에 넘치는 젊은 시절에 늙고 지친 노년의 자신을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촛불은 언젠가 꺼지고, 삶도 어떤 순간 그 끝을 맞이합니다. 그것이 모든 존재의 운명이지요. 모르는 것이 아니고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무한한 것은 없습니다. 모든 존재는 스러지게 되어있지요. 그러나 촛불이 잠시라도 주변을 밝히듯이, 우리의 삶도 반드시 의미가 있습니다. 초가 태워져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라면, 사람도 세상을 위해 희생하는 존재일 수 있습니다. 결코 스스로의 의미를 부정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촛불은 마지막 순간까지 춤을 춥니다. 불꽃이 잦아들지도 않습니다. 바닥에 닿으면 그저 꺼져버릴 뿐이죠. 물론 타는 동안 강풍이 불어오면 순간 사그러지기도 하지만 여전히 그 줄기를 남겨 다시 탈 것을 기약합니다. 타오르는 동안은 매 순간을 즐기며 꽃처럼 춤을 춥니다. 우리네 인생도 그래야 합니다. 마지막까지 타올라야 합니다. 그리고 길지도 않지만 결코 짧지도 않은 삶의 순간순간 춤을 추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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