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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y 10. 2021

슬픔 안에 숨은 기쁨

윤수천, '소금 같은 이야기 몇 줌'

소금 같은 이야기 몇 줌

                  윤수천     


이왕이면 소금 같은 이야기 몇 줌

가슴에 묻어 두게나

당장에는 견딜 수 없는 아픔이겠지만

지나고 나면

그것도 다 추억이 된다네     


우리네 삶이란 참으로 이상한 것이

즐거웠던 일보다는 쓰리고 아팠던 시간이

오히려 깊이 뿌리는 내리는 법     


슬픔도 모으면 힘이 된다

울음도 삭이면 희망이 된다  


정말이지 소금 같은 이야기 몇 줌

가슴에 묻고 살게나

세월이 지나고

인생이

허무해지면

그것도 다 노리갯감이 된다네     


Handfuls of Tales like Salt

                    by Yoon, Soo-cheon     


You’d better bury in your mind

Handfuls of tales like salt.

They may give you bitter pain on your wounds

But they may become memories

After you bear them out.     


Our life seems quite strange;

Harsh and hard time

Take roots deeper than happy years.     


Sorrows, if collected, become power.

Tears, if held back, end up hope.    


Have some handfuls of tales like salt

Kept in your mind

After years go by

And make life vain,

All of them will become your playthings.     


‘소금 같은 이야기 몇 줌,’ 쓰라린 삶의 경험들을 이렇게 동화 제목처럼 표현한 시인은 아동문학가 윤수천입니다. 아물지 않은 마음의 상처에 소금이 스치면 잊혔던 아픔이 쓰라림으로 되살아납니다. 그럼에도 시인은 소금 같은 이야기를 마음에 간직하라 합니다. 지나면 추억이 될 거라 말합니다. 그렇게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픈 기억마저도 떠올려 미소 지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싶습니다.     


헨리 나우웬 신부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죠. “기쁨은 슬픔 속에, 슬픔은 기쁨 속에 있습니다. 슬픔을 피하려고만 한다면 우리는 결코 기쁨을 맛볼 수 없습니다.” 슬픔 속에 숨은 기쁨은 무엇일까요? 슬픔에서 벗어난 뒤 더 큰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얘기일까요? 굳이 슬픔의 고통을 겪어야 기쁨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을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네 삶이 그렇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그 뜻을 알 것도 같습니다. 세상에 어찌 기쁨만 있겠습니까? 어차피 인생은 기쁨과 슬픔이 늘 함께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당신이 기쁨과 함께 앉아 있을 때, 슬픔은 당신의 침상 위에 잠들어 있다.”라는 말은 사실이지요. 우리의 삶에 함께하는 서로 반대되는 가치들은 언제나 서로의 존재 이유가 됩니다. 선이 있어야 악이 있고, 정의가 있어야 불의가 있습니다. 암흑이 없다면 빛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슬픔마저도 기쁨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요.     


사람의 기억은 참 희한합니다. 좋은 기억보다는 힘들었던 기억이 더 마음속 깊이 자리하고 있으니까요. 뇌 과학자들에 따르면 사람의 기억을 현재에 되살리면 그것은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현재의 기억이 된다고 합니다. 좋은 기억만 떠올려야 하는 이유이지요.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행복감은 늘 우리와 함께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우리입니다. 슬픈 기억이 더 오랫동안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피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슬픈 기억을 모아 지금의 기쁨을 더욱 크게 하고, 극복한 절망의 기억을 모아 희망을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마음속에 아픈 이야기 몇 개쯤은 갖고 있어야겠습니다. 언젠가 삶의 끝자리에서는 그 기억마저 소중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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