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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y 10. 2021

허공 속의 날갯짓

강희선, '비상의 무게'

비상의 무게

        강희선     


바람 부는 허공에서

새는 날갯짓을 멈출 수 없다.     


그 작은 몸이

처지는 날개를 쉼 없이 퍼덕이며

스스로의 무게를 감당하려는 것은

더 높이 날아오르려는 비상이 아니라

쉴 곳을 찾아 헤매는 방황이다.    


바람 위에 깃털처럼 가볍게

날고 날아

나무를 찾아 숲으로 날아드는

새의 날갯짓은

자유를 뒤로한 쉼을 찾는 퍼덕임이다.     


가는 길이 멀어 쉼터가 보이지 않을 때

바람 속에서 애끓는 날갯짓에

숲은 구원이고

긴 여정에 지친 새의 쉼터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걸치지 않는 곳은

지친 새에게 자유가 아닌

그냥 돌멩이처럼 떨어져 부서질 수 있는

넓어서 아득한 허공일 뿐이오.     


숲이 보일 때까지

이 한 몸 뉘일 수 있을 때까지

쉼 없이 흔들어야 하는 몸짓

그 비상의 가볍지 않은 무게일 뿐이다.    


The Weight for Soaring

                by Kang, Hee-sun     


In the air where the wind blows

A bird can’t stop its flapping.     


The little bird

Desperately beats its droopy wings

And tries to bear its weight

Not to soar higher

But to wander into a place to rest.     


Flying on and on in the wind

As lightly as a feather,

The bird flutters

Looking for the trees in the forest

Not for freedom but for repose.     


When the bird can’t see any place to rest  

During its long and winding flight in the wind

The forest would be a salvation

And a shelter for the bird tired from its long journey.     


To a bird exhausted

The place where it can see nothing to sit on

Is just the air too vast and empty for it to be free,

From which a rock only falls and breaks to pieces.      


Until a bird finds a forest

Where it can lie down

It has to wave its wings endlessly

To carry the heavy weight for soaring.     


‘갈매기 조너선 리빙스턴’은 자유를 위한 비상을 꿈꾼다. 다른 갈매기들이 먹이의 사냥을 위해 낮게 비행하고 있을 때, 리빙스턴은 보다 아름답게, 더 높이 날아오르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의 외로운 비행은 동료들의 따돌림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빙스턴은 신비스러운 세계로의 비상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의 자유는 ‘~으로부터의 자유’가 아니고 ‘~을 위한 자유’였다. 그는 결핍과 억압으로부터의 자유가 아니고 자아실현을 위한 자유를 갈구하였다. 그렇게 더 높이 날아 더 멀리 보기를 꿈꾸었던 것이다.     


시인은 그러한 새의 날갯짓에서 자유보다는 또 다른 억압을 본다. 그 아름다운 푸른 하늘은 날지 않으면 추락하고 마는 아득한 허공일 뿐이다. 쉼 없이 필사적으로 퍼덕이는 날갯짓만이 하늘에서의 비행을 보장한다. 물 위에 떠가는 백조들의 발짓과 다름이 없다. 그렇게 자유를 위한 비상은 무게를 견디는 고통을 수반하는 것이다. 우리네 삶도 다르지 않다. 자유와 비상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날갯짓을 요구할 뿐이다. 그 바람 부는 허공에 떠서 쉼 없이 부유하는 것이다. 삶의 긴 여정에서 우리는 언제, 어디서 나래 쉴 나뭇가지를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어렵게 찾을 숲의 휴식을 버리고 다시 비상하는 날 우리는 여전히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


* 위의 영문은 브런치 작가이신 강희선 시인의 시(5월 10일)를 영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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