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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y 12. 2021

기러기의 지혜

바다에 작은 배 한 척이 지나고 있었습니다. 그 배에는 두 사람이 타고 있었죠. 그런데 그중 한 사람이 배 바닥에 드릴로 구멍을 내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본 다른 한 사람이 놀라서 소리쳤죠. “지금 뭐 하는 거야. 당장 그만둬!” 그러자 구멍을 뚫던 사람이 대답했습니다. “괜찮아. 내 쪽만 뚫고 있는 거야.”     


겨울이 되면 저 먼 추운 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날아오는 기러기 떼들은 왜 ‘V’ 자를 그리고 비행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앞에 가는 새의 날갯짓으로 뒤따르는 새의 부양을 돕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러한 대형으로 기러기들은 홀로 나를 때보다 적어도 71%나 비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는 겁니다.       


대열을 이탈하게 되면 엄청난 저항을 받게 되므로 일시적으로 벗어났다가도 즉시 무리에 복귀하죠. 그렇게 그들은 서로의 도움으로 무사히 긴 여행을 마칩니다. 제일 앞서 가는 기러기가 힘이 빠지면 뒤에 있던 기러기가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또한 뒤따르는 기러기들은 소리를 질러 앞 선 동료들이 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격려합니다.  겨울이면 우리를 찾아오는 기러기의 여행이 그러했습니다.

   

가장 놀라운 일은 한 기러기가 병이 들거나 총에 맞아 부상을 당하면, 대열에서 이탈해 추락하는 그 기러기 뒤를 두 마리의 기러기가 쫓아내려 와 그를 돕고 보호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은 추락한 동료가 다시 날 수 있게 되거나 마침내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그 곁을 떠나지 않습니다. 그 뒤에야 자신의 대열을 다시 찾거나 다른 무리에 섞여 비행을 계속하는 것이죠.    


함께 사는 세상인 것을 우리는 너무 자주 잊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한 배를 타고 있음을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두 한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너무도 힘든 세상입니다. 함께 탄 배에 구멍을 뚫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함께 도와 긴 여행을 떠나고, 어려운 동료의 곁을 끝까지 지키는 기러기의 지혜와 용기를 배워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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