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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y 08. 2021

여전히 가슴에 남은 사람

샬럿 뮤, '좋은 것이란'

좋은 것이란 

        샬럿 뮤     


십칠 년 전 당신은 

작별 인사처럼 들렸던 말을 했어요. 

모든 이들은 당신이 죽었다고 생각하지요. 

나만 빼고요.     


내가 완고해지고 무감해지면서 

나 역시 이것저것에 작별을 고해요.

모든 이들이 내가 늙은 것을 알고 있어요. 

당신만 빼고요.     


어느 좋은 날 아침, 햇살 가득한 길에서 

젊은 남녀가 만나 키스하고 맹세할 거예요.

다시는 누구도 그들처럼 사랑할 수 없으리라고.

저 먼 곳에서 

당신은 미소 짓고, 난 당신의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있겠지요.    


A Quoi Bon Dire

             by Charlotte Mew     


Seventeen years ago you said
Something that sounded like Good-bye;
And everybody thinks that you are dead,
But I.    


So I, as I grow stiff and cold
To this and that say Good-bye too;
And everybody sees that I am old
But you.    


And one fine morning in a sunny lane
Some boy and girl will meet and kiss and swear
That nobody can love their way again
While over there
You will have smiled, I shall have tossed your hair.        


누구나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냅니다. 회자정리라 했던가요? 만나면 헤어지는 것이 삶의 이치인 모양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떠나보낸 그 사람을 나는 언제나 곁에 두고 있습니다. 누구의 마음에도 남지 않은 그를 내 가슴속에 남겨두고 있습니다.     


세상에 늙지 않는 사람은 없지요. 하지만 자신이 늙어가고 있음을 느끼려면 제법 시간이 필요합니다. 살아온 세월만큼 무뎌지고 고집이 늘어나니 사람들은 나를 늙었다고 말합니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홀로 내버려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코 다시는 변할 수 없으리라 믿는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다릅니다. 그에게 나는 언제나 처음 본 그 순간의 나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사랑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많은 시간이 지나 희미해지기는 했지만 분명 그 때문에 설레고, 잠 못 이루던 밤들이 있었을 겁니다. 눈 깜박이면 지나갈 시간과 추억을 그때는 어찌 그리 굳게 믿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믿고 사랑했던 날들을 힘들게 겪어내고, 그 기억을 함께하는 그와 나는 언젠가 세월을 격해 그 철없이 아름다웠던 시간을 미소로 지켜보고 있을 겁니다.     


영국의 19세기 여류 시인 샬럿 뮤의 시는 흔히 사랑의 시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그 시를 읽을 때마다 가슴에 남겨진 소중한 그 사람, 이제 내 곁에 없어 그리워하는 사람, 그리고 내 어리석었던 어린 시절을 묵묵히 바라보아주고 함께 해주었던 그 사람이 후회 속에 떠오르는 시입니다. 그리운 그분들, 아버지,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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