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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un 01. 2021

함께 있다는 축복

피천득, '축복'

축복

      피천득     


나무가 강가에 서 있는 것은

얼마나 복된 일일까요     


나무가 되어 나란히 서 있는 것은

얼마나 복된 일일까요     


새들이 하늘을 나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일까요     


새들이 되어 나란히 나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일까요     


A Blessing

         Pi, Chyun-deuk     


How blessed it is

For trees to stand at the riverside.     


How blessed it is

To be trees and stand together in line.    


How blissful it is

For birds to fly in the sky.    


How blissful it is

To be birds and fly together in line.     


존재한다는 것, 살아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창조주가 만들어 놓은 이 아름다운 세상을 보고, 느끼고, 숨 쉬며 그것들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일은 가슴 벅찬 일입니다. 하늘 아래, 땅을 딛고 서서 고뇌하고, 갈등하면서도 행복을 찾고, 기쁨을 누리며 자연과 함께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존재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더불어, 함께 존재하는 것은 더 큰 축복이며 행복입니다. 달콤한 꽃향기 실어오는 봄바람, 여름의 짙푸른 녹음, 가을의 높고 푸른 하늘, 겨울의 눈 덮인 산하(山河)는 곁에 있는 것만으로 우리를 부풀어 오르게 합니다. 천국은 분명 이런 모습일 겁니다.     


하지만 가장 큰 축복은 바로 우리 옆에 나란히 서있는 나의 가족, 친구와 이웃과 동료들입니다. 그들이 있어 우리는 존재합니다. 그들이 있어 우리는 삶의 짐을 나누어질 수 있습니다. 그들이 있어 기쁨과 슬픔을 함께 누리고, 그들이 있어 먼 길을 떠나도 언제가 다시 만날 수 있음을 믿게 됩니다. 강가에 선 나무들처럼, 하늘을 나는 새처럼 고요한 자유를 누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나의 사람들과 영원히 함께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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