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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un 10. 2021

김지하의 '길'

      김지하     


걷기가불편하다.

가야하고또걸어야하는이곳

미루어주고싶다.

다하지못한그리움과

끝내지못한슬픈노래를

허나

길은걸어야하고생각은

가야하나보다.    


눈물이흐른다.

보내야하고잊어야하는이곳

눈있어보지못한너와

입있어말못하는내가    


허나

길은걸어야하고

생각은가야하나보다.    


The Road

         by Kim, Ji-ha


Not easy to walk.

Where I have to go, and walk,

I want to linger on

My incessant longing

And unfinished singing.

Perhaps, however,

The road has to be taken

And thinking has to go on.     


Tears are falling down.

Where I have to send, and forget,

You cannot see with your eyes,

I cannot speak with my mouth.     


Perhaps, however,

The road has to be taken

And thinking has to go on.     


일본에서 오랜 세월을 살아오신 선배 한 분이 여러 해 전 한국에 들리셨을 때, 서대문 어느 허름한 대폿집에서 그분과 함께 뵈었던 김지하 선생은 내 인생의 앨범 한 페이지에 낡은 사진처럼 남아있다. 나의 상상 속에서 그려지는 그의 모습. ‘거나하게 취한 그가 펜을 들어 아픈 역사를 토로한다. 가슴으로 수없이 소리쳤던 그 거친 사자후는 호방한 거인의 긴 팔과 다리를 떨게 하고 부릅뜬 눈은 시대의 새벽을 노려본다.’ 아! 그의 타는 목마름은 시로써 역사를 증언하고, 이 민족의 아픔을 어루만졌다. 남은 그리움과 겨레의 노래는 가야 할 먼 길 위로 그림자를 남기고, 모두를 보내고 잊어야 하는 아픔을 눈물로 달랜다. 보지 못하고 말하지 못한 그 많은 사연들은 또 어찌할 것인가. 그래도 역사는 흐르고 우리는 그 거대한 흐름을 따라 걸어야 한다. 생각해야 한다. 나의 나라여, 겨레여, 이 땅의 역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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