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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un 16. 2021

바람이 숲을 안을 때

김주수

바람이 숲을 안을 때    

               김주수     


내 눈이

네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네 눈은 내 눈 속에 눈이 된다.     


하늘이 호수를 바라보고 있으면

호수의 눈 속에도

하늘의 눈이 있듯이.    


내 마음이

네 마음을 안고 있으면

네 마음이 곧

내 마음속에 마음이 된다.     


바람이 숲을 안고 있으면

숲의 술렁임이 곧

바람의 술렁이는 마음이 되듯이.     


When the Wind Embraces the woods

                            by Kim, Ju-soo


When your eyes

Look into my eyes,

Your eyes become the eyes in my eyes.     


When the sky looks over the lake

The eyes of the sky, likewise, are

In the eyes of the lake.     


When my mind

Embraces your mind,

Your mind just becomes

the mind in my mind.     


When the wind embraces the woods,

The stirring of the woods, likewise, just becomes

The stirring mind of the wind.   


스위스의 사상가 칼 힐티는 우리에게 세 가지의 행복이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것, 다른 하나는 누군가를 마주 보는 것,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그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 그가 말하는 세 가지 행복에는 늘 ‘누군가’가 있습니다. 홀로 행복할 수는 없는 모양입니다. 사실 우리의 삶은 누군가로 인해 행복하고 누군가로 인해 분노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때론 사랑하고 때론 증오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 ‘누군가’가 없는 세상은 행복도 불행도, 사랑도 증오도 없는 무명 무실(無名無實) 무감(無感)의 암흑 속일 뿐일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살아야 합니다. 서로를 느끼고 서로에 감응하는 존재이어야 합니다. 시인은 서로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에 여울지는 너와 나의 눈길을 얘기합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하나 되는 우리를, 하나 되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갈망합니다. 하늘과 호수, 너의 마음과 나의 마음, 그리고 바람과 숲까지도.     


*위의 시는 김주수 시인의 동명 시집 ‘바람이 숲을 안을 때’(2020)에 수록된 시입니다. 금년 1월 18일 자 브런치에 올린 김 시인의 ‘그대 마음을 만져보고 싶을 때’의 영역 시를 보시고 격려와 함께 소중한 시집을 선물로 보내주셨습니다.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앞으로도 영감이 넘치는 시작(時作)에 더욱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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