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용훈 Jul 09. 2021

서른, 잔치는 끝났다

최영미

서른, 잔치는 끝났다

                 최영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 걸 기억해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란 걸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The Age of Thirty, The Party Was Over

                            Choi, Young-mi     


Of course I know;

I liked activists better than actions,

I preferred the excitement of a drinking party to drinking itself.

When I was lonely, I enjoyed singing love songs in a low tone

Rather than shouting the songs for protest that began ‘Comrades!’ 

But who cares?     


The party was over. 

When wine ran short, people, one by one, took out their wallets

And, reluctantly paying the bill, they were wearing their shoes to leave.

He, too, went away. 

But I dimly realized; 

Somebody will stay here alone to the last

And clear the table in place of the owner.

Remembering all those hustle and bustle he will shed warm tears.

He will also revise and finish the uncompleted songs.

Perhaps I know;

Some other man will lay the table again and, before dawn, 

Call other people together.

He will light up and set the stage again.     


But who cares?     


서른, 듣기만 하여도 설레는 나이! 그러나 그들은 벌써 파티를 끝낸다. 흥건한 술자리의 환희가 허무로 끝나는 순간, 서른의 나이는 그들에게 커다란 짐으로 다가왔으리라. 운동권의 열정 따위는 상관없다. 시인의 서른에는 새로운 세상이 보였을 뿐이리라. 그렇게 30년의 세월을 보내고 이제 60의 잔치가 시작되고 있으리라. 쓰라린 기억도, 아픈 추억도 다 덮어지지 않았을 가여운 세월이지만 이제 새로이 차려질 잔칫상을 기다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불타오르던 열정이 식어버린 어느 순간, 모든 것이 시들하고, 안타깝기만 할지 몰라도 분명 누군가는 다시 불 밝히고 새로운 상을 차려놓을 것이다. 지난밤의 벅적거림을 기억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릴지라도... 낮은 목소리로 사랑 노래 부르던 시인과 못다 끝낸 노래를 고쳐 부르던 그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주의나 이상 따위는 상관없다. 마음속 깊이 자리한 그 아스라한 빛이 다시 켜지는 날 또다시 잔치는 시작될 것이다. 서른의 잔치와는 다른 새로운 개안(開眼)의 파티가 말이다. 서른의 나이에 눈물로 써 내려간 서정(抒情)의 노래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빈 마음으로 주어야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