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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ul 08. 2021

빈 마음으로 주어야죠

이해인 : 어떤 후회  

어떤 후회

        이해인     


물건이든

마음이든

무조건 주는 걸 좋아했고

남에게 주는 기쁨 모여야만

행복이 된다고 생각했어    


어느 날 곰곰 생각해보니

꼭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더라구    


주지 않고는 못 견디는

그 습성이

일종의 강박관념으로

자신을 구속하고

다른 이를 불편하게 함을

부끄럽게 깨달았어   


주는 일에 숨어 따르는

허영과 자만심을

경계하라던 그대의 말을

다시 기억했어    


남을 떠먹이는 일에

밤낮으로 바쁘기 전에

자신도 떠먹일 줄 아는 지혜와

용기를 지녀야 한다던 그대의 말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기억했어    


A Certain Regret

            Lee, Hae-in     


I used to like giving

Things or minds  

With no condition.

I thought happiness

Comes from the joy of giving others.     


Thinking it over one day

I found it is not the case all the time.     


I shamefully realized

The habitual act of giving,

Like an obsession

Binds myself,

Disturbing others.       


I remember

Your words of cautioning

Against vanity and pride

Stealthily accompanying the act of giving    


For the firs time I truly remember

Your words of having the wisdom

And courage in feeding yourself

Before you are busy night and day

Feeding others.       


남에게 베푸는 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내가 가진 것을 조금이라도 남에게 나누어주는 것은 선한 심성의 발로입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일일지도 모릅니다. 수녀 시인께서는 아마도 그렇게 하셨을 겁니다. 베푸는 행복을 늘 느끼며 사셨을 겁니다. 그런데 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것이 강박처럼 나를 구속할 때, 주는 것이 더 이상 행복은 아닐지 모릅니다. 더구나 베풀면서 내 마음속에 있었을 자부심과 이기적인 허영심은 오히려 후회와 죄책감을 가져올지 모릅니다. 내 마음에 그것이 있는 한 베풂을 받은 그 사람 역시 행복할 수 있을까요. ‘자신도 떠먹이라’라는 시구는 나의 만족을 먼저 추구하라는 말은 아닐 것입니다. 다른 이의 구제에 앞서 스스로부터 물질적으로 풍족해야 한다는 뜻도 아니지요. 빈 마음으로 주고, 빈 마음으로 긍휼 하게 여기며, 나의 행복이 아니고 남의 행복으로 배를 채우라는 말씀이겠지요. 주는 행위에 필요한 지혜와 용기는 내 하는 일에 마음을 비우는 일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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