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진 길

이준관

by 최용훈

구부러진 길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A Curved Road

Lee, Jun-kwan


I like a curved road.

While walking around it,

I can see a dandelion resembling a bowl for cats

And farmers planting potatoes.

In the evening I can hear mother

Call me for supper.


As fish teems in a curved stream,

Wild flowers abound and countless stars rise

There in a curved road which embraces mountains.

The road winds its way around the old village.


I also like a man whose life resembles a curved road.

I prefer the curved life of a man who looks like muddy potatoes

And has traveled along a bumpy road

To that of a man following a straight and easy path.


I like a man who takes after a curved road

And holds his family and neighbors in his bending wrinkles.

인생은 단거리 경주와는 다릅니다. 마라톤이죠. 한 길만 미친 듯이 달려가는 것이 아니고 페이스를 조절하며 먼 거리를 가야 하는 것입니다. 가다 보면 구부러진 길도 만나고, 언덕을 오르기도 하고 심지어는 진창을 만날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삶은 그런 것입니다. 그래서 삶은 언제나 한 걸음씩, 한 단계씩 변화해 가는 것이죠. 태어날 때부터 부유한 부모 밑에서 자라고 평생 평탄한 삶을 살아가는 복 받은 사람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사람에게도 삶은 언제나 곧고 쉬운 길만 내어주는 것은 아닙니다. 굽은 길을 걷다 보니 이마에 굵은 주름이 지고 허리도 굽지만 사랑하는 가족, 이웃과 함께 웃고 울며 살아온 많은 이들의 부대끼는 삶이 훨씬 행복할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시인은 그런 사람에게 더 정이 가는 모양입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또 다른 고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