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용훈 Jul 28. 2021

구부러진 길

이준관

구부러진 길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A Curved Road

           Lee, Jun-kwan     


I like a curved road.

While walking around it,

I can see a dandelion resembling a bowl for cats

And farmers planting potatoes.

In the evening I can hear mother

Call me for supper.     


As fish teems in a curved stream,

Wild flowers abound and countless stars rise

There in a curved road which embraces mountains.

The road winds its way around the old village.     


I also like a man whose life resembles a curved road.   

I prefer the curved life of a man who looks like muddy potatoes

And has traveled along a bumpy road

To that of a man following a straight and easy path.    


I like a man who takes after a curved road

And holds his family and neighbors in his bending wrinkles.    

인생은 단거리 경주와는 다릅니다. 마라톤이죠. 한 길만 미친 듯이 달려가는 것이 아니고 페이스를 조절하며 먼 거리를 가야 하는 것입니다. 가다 보면 구부러진 길도 만나고, 언덕을 오르기도 하고 심지어는 진창을 만날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삶은 그런 것입니다. 그래서 삶은 언제나 한 걸음씩, 한 단계씩 변화해 가는 것이죠. 태어날 때부터 부유한 부모 밑에서 자라고 평생 평탄한 삶을 살아가는 복 받은 사람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사람에게도 삶은 언제나 곧고 쉬운 길만 내어주는 것은 아닙니다. 굽은 길을 걷다 보니 이마에 굵은 주름이 지고 허리도 굽지만 사랑하는 가족, 이웃과 함께 고 울며 살아온 많은 이들의 부대끼는 삶이 훨씬 행복할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시인은 그런 사람에게 더 정이 가는 모양입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