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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ul 26. 2021

또 다른 고향

윤동주

또 다른 고향

           윤동주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이 따라와 한 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에서 곱게 풍화작용하는

백골을 들여다 보며

눈물 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지조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 게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Another Hometown

               Yoon, Dong-joo     


The night I return home

My skeleton follows and lies beside me in a room.     


The dark room leads to the universe

Somewhere in the sky the wind blows like a sound.      


Looking into my softly-weathered skeleton

In the dark

I wonder if it is me or the bleached bones

Or my beautiful soul

That cry.    


A noble dog

Barks at the dark through the night.     


The dog barking at the dark

May chase me.      


Go, go

Like a man chased.

Go to my beautiful hometown elsewhere

Without being noticed by the skeleton.    


나와 육신과 영혼. 그것들은 각기 다른 고향을 찾는다. 백골이 된 육신은 태어난 땅을 찾고, 영혼은 영원한 안식의 그곳을 갈망하겠지. 그 육신과 영혼 사이의 나는 무엇을 찾는가? 어머니도, 친구도 모두 떠나고, 옛 마당,  산조차 사라져 버린 그 고향의 허망함에 육신도, 나도, 영혼마저 눈물 흘린다.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멀리서 들리는 귀에 익은 개 짖는 소리. 어두운 고향의 방구석에 육신을 뉘인 채 생각한다. 개 울음에 쫒기 듯 어디든 가야겠지. 그곳에 또 다른 고향이 있음이니. 아, 그리운 산하, 그리운 사람들. 그곳에는 그들이 있을 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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