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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ul 24. 2021

찬밥

문정희

찬밥

     문정희    


아픈 몸 일으켜 혼자 찬밥을 먹는다

찬밥 속에 서릿발이 목을 쑤신다

부엌에는 각종 전기 제품이 있어

1분만 단추를 눌러도 따뜻한 밥이 되는 세상

찬밥을 먹기도 쉽지 않지만

오늘 혼자 찬밥을 먹는다    


가족에겐 따스한 밥 지어 먹이고

찬밥을 먹던 사람

이 빠진 그릇에 찬밥 훑어

누가 남긴 무우 조각에 생선 가시를 핥고

몸에서는 제일 따스한 사랑을 뿜던 그녀


깊은 밤에도

혼자 달그락거리던 그 손이 그리워

나 오늘 아픈 몸 일으켜 찬밥을 먹는다    

집집마다 신을 보낼 수 없어

신 대신 보냈다는 설도 있지만

홀로 먹는 찬밥 속에서 그녀를 만난다


나 오늘

세상의 찬밥이 되어    


Cold Rice

      Moon, Jeong-hee     


Raising my ailing body I eat cold boiled rice alone.

My throat gets sore with a frost in it.

There are so many electric appliances in the kitchen

Making hot rice in a minute.

That, nowadays, we can hardly eat it.

But I eat cold rice today---alone.     


She, who cooked hot rice for her family,

Ate cold rice

In a chipped bowl

And licked fish bones left with a bit of boiled radish.

But her whole body radiated the warmest love.


Missing her hands clattering dishes

In the middle of the night,  

I raise my ailing body and eat cold rice today        

They say she is sent instead

Because God cannot be sent to every house.

I meet her in the cold rice I eat alone.


I, today,

Has become cold rice in the world.     


기억 속의 어머니는 늘 그러셨습니다. 그분께 가족은 모든 것에 우선이었죠.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은 생선을 가장 잘 발려놓던 분이셨습니다. 가시에 붙은 작은 살점은 그분의 몫이기도 했으니까요. 자식의 입에 들어가는  음식은 무엇보다 소중했고, 그래서 그들이 뱉어놓은 그것까지 자신의 입에 넣으셨던 분입니다. 따뜻한 밥을 지어놓고 왜 굳이 찬밥을 드시냐고 타박해도 남은 밥을 먹어야 한다며 찬밥을 물에 말던 어머니는 누구나의 어머니셨습니다. 자식을 위한 그분의 사랑은 세상의 어떤 자로도 재어볼 수조차 없을 겁니다. 신 대신 보내진 어머니. 그분의 고귀한 희생 속에 태어난 모든 이들은 그래서 너무나도 귀한 존재입니다. 어머니를 보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그분의 사랑 없이 생겨난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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