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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ug 01. 2021

기도의 편지

서정윤

기도의 편지

          서정윤      


하느님

당신은 당신의 일을 하고

나는 나의 일을 합니다.    


하늘 가득 먹구름으로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건 당신의 일이지만

그 빗방울에 젖는 어린 화분을

처마 밑으로 옮기는 것은 나의 일,

하늘에 그려지는 천둥과 번개로

당신은 당신이 있다는 것을 알리지만

그 아래 떨고 있는 어린아이를

안고 보듬으며 나는

아빠가 있다는 것으로 달랩니다.    


당신의 일은 모두가 옳습니다만

우선 눈에 보이는

인간적인 쓸쓸함으로 외로워하는

아직 어린 영혼을 위해

나는 쓰여지고 싶어요.    


어쩌면, 나는 우표처럼 살고 싶어요

꼭 필요한 눈빛을 위해

누군가의 마음 위에 붙지만

도착하면 쓸모 다하고 버려지는 우표처럼

나도 누군가의 영혼을

당신께로 보내는 작은 표시가

되고 싶음은

아직도 욕심이 많음 인가요.    


A Letter of Prayer

                Seo, Jeong-yoon     


God

You do Your Work,

I do my work.     


When You bid dark clouds in the sky

Fall as raindrops,

I move a little wet flowerpot

Under the eaves.

You shows Your presence

With thunder and lightning in the sky

I soothe my trembling baby

Under my arm

Showing father is here now.     


You Are Always Right.

But I just want to be used

As a little comfort for a young soul

That is seen to be lonely

In human solitude.     


Perhaps, I want to live like a stamp.

Put on somebody’s mind

For necessary eyes,

It would be thrown away

When the letter arrives.

Like a stamp,

I want to be a small sign

for someone’s soul sent to You.

Am I still greedy?       


기도 같은 시이며 시 같은 기도입니다. 섭리를 지키며 사는 나약한 한 인간의 소박한 기원이지만 그 보다 더 소중한 바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하나님은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작은 생명을 지키려는 사람의 마음속에 계십니다. 고통과 두려움에 떠는 어린 생명을 위로하는 마음속에 계십니다. 만일 외롭고 지친 누군가에게 작은 위안이 되는 삶을 살 수 있다면, 기꺼이 그리 쓰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마음일 것입니다. 그리고 시인은 우표가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누군가의 눈길을 찾아 떠난 우표는 주인을 찾아낸 후에는 기꺼이 버려집니다. 그리고 이제 누군가의 영혼에 붙여져 당신께로 가는 길을 찾아 나섭니다. 그런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은 결코 욕심일 수 없지요. 내 작은 육신으로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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