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렛 애트우드 : 거주지
거주지
마가렛 애트우드 (1939~ )
결혼은
집이 아니에요.
그 이전의 천막도 못됩니다. 훨씬 춥지요.
숲의 가장자리
사막의 가장자리
페인트칠도 안 된 계단들
뒤쪽에 쪼그려 앉아
바깥에서 팝콘을 먹어요.
뒤로 기울어가는 빙하의 가장자리
그곳에서 고통스럽게
이제껏 살아남은 것에
놀라며
우리는 불 피우는 것을 배우고 있죠.
Habitation
by Margaret Atwood (1939~ )
Marriage is not
a house or even a tent
it is before that, and colder:
the edge of the forest, the edge
of the desert
the unpainted stairs
at the back where we squat
outside, eating popcorn
the edge of the receding glacier
where painfully and with wonder
at having survived even
this far
we are learning to make fire
캐나다 작가 마가렛 애트우드의 시입니다. 결혼의 불안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담고 있죠. 시는 '결혼은 집이 아니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이미 지어져 두 사람을 안전하게 살게 하는 집은 결코 아니지요. 심지어 비바람이나마 막을 천막도 되지 못합니다. 결혼 생활의 삭막함과 불안함은 숲과 사막과 빙하의 ‘가장자리’(edge)라는 시어를 통해 고조됩니다. 조금만 부주의하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 거친 환경 속에 던져진 두 사람은 쪼그려 앉아 팝콘을 먹습니다. 그렇게 결혼생활은 시작되고 이어져 갑니다. 하지만 시는 결혼의 고난만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두 사람은 고통 속에서도 경이로움을 느낍니다. 함께 살아낸 세월에 대해서 말이죠. 춥고 위험한 원시의 삶은 계속되지만 그들은 이제 불 피우는 법을 배우고 있으니까요.
돌이켜보면 한때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과 함께 했던 세월들은 순탄치 만은 못했습니다. 설레던 마음은 언젠가 차갑게 식어버리고, 마치 외줄을 타듯 불안한 걸음을 옮겨왔지요. 세상의 풍파를 온몸으로 겪으며 지켜온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수없이 자문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이제 익숙해지기도 하련만 아직도 우린 집 밖, 그 차가운 바닥에 앉아 서로 외면하고 있을 뿐이지요. 그리고 그 긴 시간을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곱씹어 봅니다. 답은 없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만의 길을 걸어왔나 싶은 순간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함께 팝콘을 씹으면서도, 추위를 막고 음식을 데울 불을 피워보려 하는군요. 결혼은 그런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