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의 동시 같은 시입니다. 사내아이들에게 누나는 어머니와 애인이 합해진 이미지이기도 합니다. 형이라는 말에서 아버지와 친구의 모습이 함께 그려지는 것과 같지요. 길을 가다 다리가 아프다고 투정 부리면 나보다 조금 더 큰 누나는 기꺼이 등을 내어주었습니다. 용돈을 아껴 내게 호떡 하나를 사주던 사람도 내 누나였습니다. 나이가 들어 사랑 때문에 애태우던 나를 안타깝게 바라보던 누나. 남자 친구와 집 근처 공원에서 만나다가 날 보면 짐짓 어색한 듯 얼굴 붉히던 그 누나가 그립습니다. 누나가 없어도 사내아이들은 그런 누나의 모습을 가슴에 간직하고 싶어합니다. 어머니라는 말처럼 누나라는 말도 왠지 서글픈 감상에 빠지게 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요?
시집간 누나가 어색해졌던 날 괜히 가슴이 철렁했던 기억은 나이 든 지금까지 가슴에 여전합니다.
외로운 시인은 누나에게 편지를 씁니다. 아무 말 없어도 그리움은 가득합니다. 눈 내린 겨울 어느 날, 눈처럼 희던 누나의 모습을 가슴에 안고, 사연도 없고, 받을 사람도 없이 우표 없는 편지를 보냅니다. 누나처럼 깨끗한 봉투가 눈에 젖어 눈물처럼 번집니다. 누나가 떠난 그곳은 어디일까요? 너무 멀어 닿을 수 없을까요, 아니면 갈 수 없는, 찾을 수 없는 곳일까요? 청년이 된 시인은 아마도 어린 시절 누나와 함께 불렀던 그 노래를 다시 부르고 있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