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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ug 08. 2021

자라지 않은 씨앗

한 기업의 회장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의 사업을 이어받을 후계자를 정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회사의 임원들을 회의실에 불러 자신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차기 회장을 선임할 계획임을 선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 여러분들에게 씨앗을 하나씩 나눠주겠습니다. 아주 특별한 씨앗이죠. 그것을 화분에 심어 물을 주고 키워보세요. 그리고 일 년 후 여러분이 키운 것을 내게 가지고 오면 됩니다. 여러분들이 가져온 화분을 보고 차기 회장을 선임하겠습니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 가운데 짐이라는 이름의 임원이 있었습니다. 그는 씨앗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서 아내에게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했습니다. 아내는 화분을 가져다 남편과 함께 정성스럽게 씨앗을 심었습니다. 그 후 남편은 매일처럼 화분에 물과 비료를 주어가며 애지중지 씨앗을 키웠습니다. 그런데 몇 주가 지나도 화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습니다. 회사의 다른 임원들은 이미 자신들이 키우고 있는 식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짐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었습니다. 6개월이 지나도록 그의 화분에서는 어떤 식물도 자라지 않았지요. 그는 자신이 씨앗을 죽이고 말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료들과의 대화 속에서 짐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죠. 마지막 희망을 걸고 화분에 물을 주고 영양제까지 주며 공을 들였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마침내 일 년이 지나고 짐은 회장에게 화분을 가지고 가야 했습니다. 그는 빈 화분을 들고 가기가 너무 수치스러웠습니다. 망설이는 그를 향해 그의 아내는 빈 화분이라도 들고 가서 솔직하게 상황을 말하라고 충고했죠. 짐은 속이 쓰렸습니다. 걱정과 불안감이 엄습했습니다. 마침내 그는 빈 화분을 들고 회장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동료들은 화려하게 자라난 멋진 화초들을 들고 서로의 화분에 대해 신나게 떠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짐의 화분을 본 동료들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수치감 속에서 짐은 맨 뒷줄에 소심한 모습으로 서있었죠.     

회장이 등장해 임원들이 키워낸 화초들을 둘러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러다 빈 화분을 들고 있는 짐의 모습을 발견했죠. 회장은 짐을 불러 앞으로 나오게 했습니다. 짐은 앞이 캄캄했습니다. ‘오늘 난 해고당하고 말 거야.’ 회장은 짐에게 왜 화분에 화초를 키우지 못했느냐고 물었습니다. 결국 짐은 솔직히 자신의 실패를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짐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회장은 임원들을 모두 자리에 앉힌 뒤 선언하듯 말했습니다.    


“여러분 오늘 저는 우리 회사의 새로운 회장을 지명하고자 합니다. 이제 우리의 신임 회장을 소개합니다. 그분은 바로 여기 서있는 짐입니다.”     


짐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습니다. 임원들도 회장의 발표에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짐은 화분에 아무것도 키우지 못했잖아?!”      


회장의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일 년 전 오늘 저는 여러분들에게 씨앗을 하나씩 주었습니다. 그 씨앗은 물에 삶은 죽은 씨앗이었어요. 아무리 물을 주고 비료를 주어도 결코 무엇도 피워낼 수 없는 것이었죠. 아마 여러분들은 화초를 피우기 위해 다른 씨앗을 구해 심었을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멋진 화분들을 가지고 오게 된 거죠. 짐은 달랐습니다. 그는 용기와 정직함으로 최선을 다했고 솔직히 자신의 실패를 인정했습니다. “      


정직을 심으면 신뢰를 거두게 됩니다. 선을 심으면 친구를 얻게 되죠. 겸손함을 심으면 위대함을, 인내를 심으면 만족을, 배려를 심으면 존경을 거두게 됩니다. 근면을 심으면 성공을, 용서를 심으면 화해를 얻게 됩니다. 그러니 무엇을 심을지를 올바르게 선택해야 합니다. 그것이 무엇을 거둘지를 결정하게 되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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